‘침묵모드’ 한동훈…사태 추이 관망

2024-11-01 13:00:03 게재

명씨 관련 녹취 추가공개 예상 … 입장 발표 없어

한동훈 대표 주장해왔던 특별감찰관은 물 건너가

친한, 친윤 향해 “국민에 최소한의 미안함도 안보여”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씨가 직접 통화한 녹음이 공개된 이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말을 아끼고 있다. 관련 내용이 추가로 공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일단은 사태를 지켜보며 대응책을 마련해 나가겠다는 분위기로 읽힌다. 이번 녹취 공개로 그동안 관철 의지를 보였던 특별감찰관 임명도 무색해지면서 한 대표의 머릿속이 복잡해진 모양새다.

토론회 참석한 한동훈 대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여론조사 정상화를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지난달 31일 윤 대통령과 명씨와의 통화녹음이 공개되면서 공천 개입 의혹 당사자가 김건희 여사에서 윤 대통령으로 옮겨간 모습이다. 한 대표는 이날 녹취 내용 관련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1일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현재는 당 차원에서 입장을 낼 게 없고, 민주당에서 추가로 관련 녹취를 공개할 가능성이 있어서 상황을 지켜봐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한 대표는 그동안 제기돼 왔던 김 여사 의혹 문제에 대해 ‘특별감찰관 임명’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이번 녹취 공개로 동력을 잃게 됐다. 이틀 전 있었던 100일 취임 기자회견에서도 한 대표는 “과감하고 선제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하고 관철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특별감찰관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물 건너간 형국이 됐다.

이와 관련해 친한동훈계로 꼽히는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특별감찰관은 이미 페이지가 지나갔다”고 말했다.

추가 녹취 공개로 더불어민주당은 특검 공세 수위를 더 높이고 있다. 한 대표로서는 야당의 요구에 섣불리 호응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윤 대통령의 입장을 대변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특별감찰관 카드를 잃은 한 대표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며 침묵 모드에 들어간 이유다.

친한 핵심 관계자는 “이번주는 입장이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대통령 취임 이후에 나눈 녹취가 또 나올 수 있는 상황에서 지금은 무슨 얘기를 하기가 애매하다”고 말했다. 이어 “법리적으로도 당장 어떤 대응이 나올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조금 더 보고 대응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실과 친윤계의 대응에 불만을 표하며 “국민들한테 최소한의 미안함이라도 보여야 하는데 그건 임기 전이니까 괜찮다고 하는 건 아니지 않냐”고 질타했다.

녹취가 공개된 후 대통령실에서는 “당시 윤석열 당선인은 공천 관련 보고를 받은 적도 없고 공천을 지시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또 친윤계 의원들은 대통령 취임 전인 ‘당선인 신분’이었고 ‘사적 대화’에 불과하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친한계에서는 대통령실과 친윤의 대응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도 야당에서 주장하는 특검에 대해서는 여전히 거리를 두고 있다. 야당의 특검안에 호응했다가 자칫 배신자 프레임에 걸려들 수 있다는 부담감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한 대표가 뚜렷한 입장을 내지 않은 가운데 친한계로 분류되는 6선 조경태 의원은 당무감사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31일 조 의원은 관련 의혹에 대해 당 차원의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당무감사를 착수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보고, 필요하다면 당에 요청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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