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친트럼프 연준 의장 후보들

2024-11-01 13:00:05 게재

미국 대통령 선거가 4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FT)가 10월 18일자(현지시간)로 만약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다면 차기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에 누가 지명될지 인터뷰를 통한 하마평 기사를 냈다.

FT가 주목한 후보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경제고문을 지낸 케빈 해셋이다. FT에 따르면 해셋은 스탠포드대학 후버 연구소의 펠로우이며 2017년부터 트럼프의 백악관 임기 동안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을 지냈다. 해셋이 FT와 인터뷰한 내용을 살펴보면 최근 파월의 연준이 50bp 금리를 인하한 것에 대한 평가와 현재 미국경제 상황에 대한 진단 등에서 매우 균형잡힌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WSJ, FT 등 차기 연준 의장 후보들 하마평

트럼프 후보가 10월 초 디트로이트 경제클럽에서 파월이 민주당 해리스 후보를 돕기 위한 ‘정치적 동기’에서 금리를 내렸다고 비난하고, 트럼프 측근 경제학자들이 파월을 무작정 깎아내리는 것과는 달리 그는 잘한 것은 잘한 것대로 평가하고,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자신의 근거들을 제시하며 반박했다. 그는 9월 파월의 50bp 인하 결정에 대해 “나쁜 점수를 주지 않을 것”이라며 당시 고용 데이터가 나빠지고 있던 점을 고려하면 이해할 만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2021년에 나타난 인플레이션에 대처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파월이 실기했음을 분명히 했다. 다만 이후 연준이 인플레를 퇴치하기 위해 빠르게 금리를 높여간 것에 대해서는 높게 평가했다. 실수를 했지만 만회하기 위한 노력을 잘했다는 것이다.

해셋은 연준이 이번에 저지른 결정적 실수는 과도한 재정정책이 인플레를 가져온다는 것을 애써 무시(?)한 점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해를 제외하고 보면 트럼프정부 시절에는 재정적자가 8090억달러에 불과했는데 바이든정부 시절에는 연평균 재정적자가 1조6000억달러에 달했으니 인플레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연준은 민주당정부의 재정정책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을 때 이를 상쇄하기 위한 조치를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해셋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 연준의 독립성을 훼손하려 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올 3월 14일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회의에서 트럼프 후보의 측근들이 오는 11월 이후 트럼프의 재집권에 대비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깎아내고 정부 차원에서 금리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연준을 길들이기 위한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사안과 관련해 해셋에 대한 재미난 일화가 있다. 트럼프 1기 때 연준이 마지막으로 금리를 올린 것은 2018년 12월이다. 해셋에 따르면 당시 트럼프는 파월을 해고하고 싶어했다고 한다. 하지만 해셋은 트럼프에게 법적으로 대통령이 연준 의장을 해고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백악관 외부인물이 그에게 대통령이 파월을 해고할 것인지 물었을 때 “절대 그렇지 않다(NO, absolutely)”라고 답한 바 있는데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다우가 큰 폭 상승하자 트럼프는 “당신을 매일 TV에 출연시켜야겠군(Hey, We should put you on TV every day.)”이라고 농담조로 전화했다고 한다. 트럼프에게는 파월의 해고나 연준의 장악 등이 중요했던 것이 아니라 ‘증시 상승’이라는 시장의 움직임 즉 ‘실용’이 더 중요했을 뿐인지도 모른다.

“당신을 매일 TV에 출연시켜야겠군”

WSJ은 연준 의장 후보로 케빈 해셋과 함께 과거 트럼프가 연준 이사로 지명한 크리스토퍼 월러와 미셀 보우먼 이사, 트럼프 후보의 경제고문인 주디 셀던, ‘래퍼곡선’으로 유명한 공급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래퍼 전 시카고대 교수,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 등을 거론하고 있다. 워시는 월가 출신 금융 엘리트로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경제정책실 특별보좌관을 지냈고 최연소 연준 이사(2006~2011년)가 되었다. 미국 부자서열 5위쯤 되는 에스티 로더 가문의 사위로 유명하다. 워시는 2017년 트럼프 행정부 1기 때도 연준 의장 후보로 거론됐지만 최종 3인 명단에 들지는 못했다. 이번에도 워시는 주목받고 있지만 연준 위원 활동 중 양적완화 시즌2(QE2)에 부정적 입장을 취하는 등 정책오판이 약점이다. QE2는 당시 증시에 도움을 주었고 그는 전격 사임했다.

래퍼, 워시, 해셋 등이 최종 3인 명단에 올랐는데 공화당 경제학자들 중에서 연준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이해와 트럼프 2기가 될 경우 세간에서 걱정하는 높은 재정적자와 높은 인플레 문제 등에 대해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해셋의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안찬수 오피니언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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