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초부자감세’ 막는다…지역사랑상품권 증액 쟁점
상속세·증여세·가업상속 등 ‘부자 감세’ 차단 주력
상위 1% 해당 ‘금융투자세 과세’ 철회 논란 커질 듯
권력기구 특활비·공적개발원조 삭감 적극 나설 듯
고교무상교육 국비지원 추진 … “법정기한 통과 난항”
더불어민주당은 내년 예산안을 심사하면서 초부자 감세를 차단하고 지역사랑상품권과 고교무상교육 재정을 증액하는 데 집중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표적인 초부자감세 중 하나인 금융투자소득세 과세에 대해서는 유예나 폐기 쪽에 무게중심이 옮겨져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4일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세법을 어떻게 할지는 명확히 정해지진 않았지만 초부자감세를 저지한다는 원칙으로 방향이 잡혀 있다”면서 “일단 감세규모를 줄이고 ODA(공적개발원조), 권력기관 특활비 등을 적극적으로 잘라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ODA의 경우엔 분쟁국 등에 지원하거나 수혜국이 받을 준비가 안 돼 있는 경우도 적지 않아 불용되고 있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볼 것”이라고도 했다.
초부자감세는 상속세 증여세 등 정부가 내놓은 세법개정안을 뒤집는 방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예산결산특위 야당 간사인 허영 의원은 “올해 예산안 심사는 재정지출 감소로 민생이 악화하고 부자감세로 부족해진 세수가 재정을 더 위축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예산이 돼야 한다”고 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정부의 ‘세법개정안’을 분석하면서 앞으로 5년간 상속세와 증여세 수입이 20조2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봤다. 상속세와 증여세 감소분은 주로 고소득자에 귀착돼 고소득자 세부담이 20조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상속세와 증여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하향 조정하고 최저세율 10%를 적용받는 과세표준 구간도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하는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놨다. 또 상속세 자녀공제 대상인 자산 가액도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대폭 높였다. 대기업의 세금 회피지역이 될 수 있는 가업상속제도도 초부자감세에 들어가 있다. 정부는 밸류업 기업, 스케일업 등 정부 정책에 호응한 기업에 대해서는 상속 공제 한도를 지금보다 2배로 올려놨고 10년 이상 가업을 이어온 기업의 공제 한도도 배로 확대했다. 특히 기회발전특구에서 창업하거나 이전한 기업에 대해서는 피상속인이 가업을 영위한 기간이 10년 이상이면, 전액 가업 상속 공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정부가 제출한 세법개정안과 관련한 법안을 모두 부결시킬 생각도 갖고 있다”고 했다.
◆초부자감세 금투세 논란 불가피 = 초부자감세 차단을 추진하는 민주당이 과세대상자가 상위 1%에도 미치지 않는 ‘초부자감세’인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기로 함에 따라 논란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문재인정부에서 2020년에 금융투자소득세 과세를 추진해 관철시켰지만 윤석열정부 첫해인 지난 2022년에 정부의 ‘과세 연기’방침에 밀려 수용했고 이제는 ‘표심’을 고려해 ‘유지’나 ‘폐지’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리서치뷰와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가 지난달 29일부터 31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자동응답전화방식으로 조사한 ‘국민 세금 인식 정기 월례조사’ 결과에 따르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대해 38%가 찬성, 40%가 반대 입장을 냈다.(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 달 전조사에 비해 반대는 6%p 떨어졌고 찬성은 4%p 높아졌다. 진보진영은 여전히 폐지 반대가 49%로 찬성(35%)을 크게 앞섰다. 민주당이 눈여겨 보고 있는 중도 진영은 37%가 ‘폐지 반대’, 43%가 ‘폐지 찬성’에 손을 들었다.
금융투자소득세 과세에 찬성하는 민주당 모 의원은 “금융투자소득세는 명확히 초부자감세인데 이를 유예하거나 폐지하면 민주당이 앞으로 부자감세를 어떻게 반대할 수 있겠냐”면서 “민주당 지도부와 일부 의원들이 소수 목소리에 좌지우지되면서 윤석열정부와 여당에 말려들어가고 있다”고 했다.
◆ODA 구조조정, 지역상품권 증액 시도 = 민주당은 모두 세출을 줄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내년에도 크게 늘어날 ODA 구조조정에 나설 예정이다. 미얀마 우크라이나 같은 분쟁지역의 ODA 집행 실적이 저조하거나 취소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올해 실집행률이 낮았던 사업은 모두 주요 구조조정 대상에 올랐다. 검찰, 감사원, 경호실 등 권력기관 특수활동비, 정보보안비 등도 삭감대상이다. 유전개발사업, 김건희여사 예산 역시 삭감을 피해가기 어려울 전망이다. 허 의원은 “과도하게 편성된 업무추진비 특수활동비 경상경비뿐만 아니라 수혜국과 대상 국가가 대응할 준비도 안 됐는데 편성된 ODA와 국제협력 R&D 사업은 과감하게 삭감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고교무상교육 국비지원과 지역사랑상품권 지원액을 주요 증액대상에 올렸다. 여성가족부의 디지털성범죄 대응예산, 일본 역사왜곡대응 연구예산, 공공주택 예산 등도 증액할 항목에 포함됐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올해 예산안 심사 역시 김건희-명태균 논란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며 “법정기한(12월 2일) 준수 등 정부와 여당 주도의 예산안 심사나 통과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