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탄핵 때와 같은 점, 다른 점
‘탄핵 강도’ 높이는 민주당, 하지만 국민의힘 지지율은 여전히 30%대
2016년 … 새누리당 지지율 20% 붕괴, 대통령 탈당 요구
2024년 … 여당 지지율 30%대 유지, 동반하락 가능성 제기
보수진영, 8년 전 반기문 대안 … 현재 이재명 대항마 불확실
박 대통령, 담화문 실패 … ‘개헌’부터 ‘질서있는 퇴진’까지
더불어민주당 내부와 일부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는 8년 전인 ‘2016년의 가을’을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결부해 평가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이 거의 힘을 못 쓰면서 김건희 여사의 국정농단 의혹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왔고 8년 전 최순실과 비견될 만한 명태균 스캔들에 휩싸였다. 어떤 것이 방아쇠(트리거)가 될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곳곳에 지뢰밭투성이다.
하지만 ‘탄핵’에 아직 유권자들은 미온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하락했지만 국민의힘 지지율은 상대적으로 탄탄한 편이다. 윤 대통령은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같이 대국민 기자회견을 예고해놓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3번의 대국민 담화를 내놨지만 탄핵의 불길을 끌 수 없었다.
5일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20% 밑으로 내려가면서 이곳저곳에서 임기 중 최저치로 떨어졌지만 아직 국민의힘 지지율은 잘 버텨내고 있다”면서 “윤 대통령보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중요하다”고 했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20%를 위협받게 되면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어 좀더 적극적인 해법을 내놓지 않겠느냐는 전망이다.
◆대통령 지지율은 하락했으나 =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10월 24일에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개헌을 제안하며 정윤회-최순실 등으로 이어진 정국 돌파를 시도했지만 당일 저녁에 최순실의 대통령 연설문 사전 검열 의혹이 터져 묻혀버렸다. 박 전 대통령은 이튿날 이를 시인하는 대국민 사과 담화를 내면서 지지율이 급전직하로 미끄러졌다.
한국갤럽이 전국 만 18세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 2016년 10월 4째주에 17%까지 하락했던 지지율은 11월 첫 주부터 한 자릿수로 곤두박질 쳤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새누리당 지지율도 같이 추락하며 11월 첫 주에 18%, 둘째 주엔 17%, 셋째 주엔 15%로 내려앉았다. 제 3당인 국민의당이 상승세를 타며 11월 넷째 주엔 16%까지 뛰었다.(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반면 6년이 지난 지난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19%로 임기 중 최저치를 찍었는데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민주당과 같은 32%를 지켜냈다. 제 3당인 조국혁신당은 6~8%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 지지율이 윤 대통령 지지율과 함께 동반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일부 조사에서는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동반 최저점을 찍기도 했다.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리서치뷰 안일원 대표는 “윤 대통령 지지율이 반등할 만한 이벤트가 없고 안보이슈도 국민들에게는 국면전환용으로 인식되면서 지지층 결집 등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면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대통령실 변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여당에 대한 보수진영의 지지율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탄핵의 경험 ‘효율성’인가, 트라우마 인가 =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하락해 임기중 최저점을 경신한다고 해서 곧바로 탄핵으로 직행할 것이냐는 다른 문제다.
2016년 탄핵의 경험은 효능감이면서도 일부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박근혜정부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을 지낸 모 인사는 “보수진영 입장에서 2016년에 탄핵했던 경험이 트라우마로 남아있다”면서 “탄핵으로 대통령직을 얻게 된 문재인 대통령에 국정운영에 대해 비판적일 수밖에 없고 이번에도 ‘탄핵 이후’엔 정권재창출이 불가능하고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에 일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남아 있다”고 했다. “보수진영에는 윤석열 대통령도 안 되지만 이재명 대표 역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는 설명이다.
2016년 보수진영은 반기문, 유승민, 안철수 등 대안이 있었고 실제 반기문 전 총장은 문재인 당시 민주당 전 대표와 견줄만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었다. 2016년 11월 8~10일 조사에서 차기 대통령감 선호도 조사에서 반 전 총장은 21%, 문 전 대표는 19%를 기록했다. 안철수(10%) 이재명(8%) 박원순(6%) 손학규(6%) 유승민(4%) 등과는 격차가 컸다. 보수진영에서는 반 전 총장에 대해 33%의 지지율을 보여줬다.
하지만 현재 국민의힘에는 이 대표를 대적할 만한 든든한 대항마가 없다. 올 9월 24~26일 장래 대통령감 선호도 조사에서 한동훈 대표(15%)는 이 대표(25%)에 크게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준석 홍준표 김문수 오세훈 원희룡 등 보수진영 후보군들에 대한 선호도 역시 1~3%에 그쳤다.
민주당 등 진보진영 내부에서도 ‘탄핵의 효능감’이 크게 반감돼 있다. 탄핵이 능사가 아니라는 평가다. 민주당 모 초선 의원은 “지역구에 내려가면 유권자들이 탄핵까지 가는 데에 부담스러워 한다”면서 “민주당이 앞서 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민주당 모 중진의원은 “국민들이 박근혜 탄핵을 거친 후 문재인정부가 들어서면서 ‘뭐가 나아졌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탄핵을 할 때까지는 효능감이 있었지만 그 이후 탄핵이 모든 해법이라고 보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공은 결국 국민의힘에 = 민주당 등 진보진영이 탄핵의 군불을 때고 있지만 탄핵 여부는 결국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선택에 달렸다. 2016년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인정하고 개헌부터 검찰조사·특검 수용, 국회의 총리 추천, 질서 있는 퇴진 등을 발표하면서 돌파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아기를 업고 촛불집회에 나올 정도’의 요동치는 민심을 잠재우는 데는 담화문 정치는 너무 늦었거나 미온적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역사는 반복하는 것 같지만 매번 다른 경우가 많다”면서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 사태에 대한 담화문 발표, 당시 새누리당과의 관계 등이 현재의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한동훈 대표와의 관계, 국민의힘 상황 등을 고려하면 8년 전과 같이 펼쳐질 것으로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박 교수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국민의힘에도 공동책임을 부여해 지지율이 떨어지게 되면 윤 대통령이 아닌 국민의힘에서 결단이 나올 수 있다”면서 “국회의원들은 이제 임기가 4년이나 남아 있어 윤 대통령의 지배권에서 자유로운 데다 한동훈 대표에게서도 자유롭다”고 했다. “2016년 후반에 트럼프 미 대통령이 당선되고 여소야대 국면에서 초선이었던 의원들은 국정감사 등에 보이콧을 하기도 했지만 결국 박 전 대통령에게 탈당을 요구하고 최순실 특검법을 수용할 수 밖에 업었다”고 했다.
다만 민주당 내부에서도 윤 대통령 탄핵 자체는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율사 출신의 모 중진의원은 “윤 대통령이 어느 정도의 해법을 내놓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김건희 특검법 수용 이외에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민주당이 아무리 탄핵을 얘기해도 형사소송법에서 범죄로 확정할 만한 명확한 죄가 확인되지 않는 한 탄핵은 어렵고 설사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키더라도 헌재에서 인용되는 것은 100%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앞의 전 수석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인정과 최순실 귀국 및 구속, 질서 있는 퇴진 결정 등이 3대 실책으로 당시 정무적 판단의 미스라고 본다”며 “대통령이라는 직책이 명확한 법적 문제가 없으면 탄핵이 어렵다는 점을 간과한 조치”라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