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부정 신고 포상금 예산 바닥…혐의 입증 ‘내부제보' 증가
올해 예산 4억700만원, 내년 예산 합쳐도 지급액 부족
증권선물위원회 6일 포상금 지급방안 안건으로 논의
신고 늘면서 회계부정 적발·처벌로 이어져
작년 제도 개선 통해 지급액과 대상 확대
제보 증가 추세 … 내년 예산 반영, 증액 필요
기업의 회계부정 신고가 늘면서 정부가 지급해야 할 포상금 예산이 바닥났다. 내년 예산까지 끌어다 써도 부족할 만큼 심각한 상황에 이르면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지급방안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6일 증선위는 정례회의를 열고 회계부정 신고 포상금 지급방안을 안건으로 회부해 논의를 벌였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포상금 지급 예산은 4억700만원이다. 하지만 현재 지급해야 할 포상금 액수는 8억5000만원으로 예산의 2배 가까이 된다. 이미 2건의 포상금을 지급, 남은 금액은 3억원 가량으로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내년 예산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현재 예산안에는 4억5000만원이 책정돼 있다. 내년 예산까지 다 써도 1억원 가량이 모자란다.
증선위는 현재 남아 있는 예산 범위 내에서 포상금을 주고 부족한 부분은 예산이 확보되는 시점에 주자는 방안과, 현재 남은 예산 내에서 일정 비율을 감액해서 지급하자는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내년 예산을 끌어다 쓸 경우 해마다 예산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 예산을 대폭 늘리지 않는 한 근본적인 대책이 되기 어렵다. 또 남은 예산 내에서 일정 비율을 감액하는 것도 신고 포상금이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해서 포상금 제도의 효과를 반감시킬 우려가 크다.
금융위는 기획재정부와 국회에 회계부정 신고 포상금 예산을 확대해달라는 요청을 하고 있지만 반영이 될지는 미지수다.
포상금 예산이 이렇게 바닥난 이유는 지난해 포상금 지급대상과 회계부정신고 범위를 확대하고 금액을 늘린데 따른 것이다. 금융당국은 신고에 의한 경조치(경고 또는 주의)도 포상금 지급대상에 포함시켰으며 익명신고에 대해서도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또 신고에 대상 포상이 충분히 이뤄지도록 포상금 최고 지급금액을 10억원에서 20억원으로 2배 증액했다. 최고 한도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지급액을 2배 가량 늘렸다. 부정행위 중요도 등급을 10개에서 4개로 간소화했고 기여도 산정시 자의적 또는 정성적 요소를 최소화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예산액 대비 포상금 집행액 비율이 13%, 42%, 61%로 저조하자 2022년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의 질타를 받은 이후 포상금 지급액와 대상을 확대한 것이다.
포상금 지급액은 2018년 330만원에서 2019년 1억1940만원, 2020년 4억840만원, 2021년 2억2860만원, 2022년 5650만원에 그쳤다. 지난해 2억4860만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는 이미 지급한 1억6010만원과 지급해야할 8억5000만원을 고려하면 10억원이 넘는다. 신고자의 경우 적게는 1000만원 이하의 소액 수령자도 있지만 올해 미지급된 사건 중 4억원을 지급받는 신고자도 있다.
포상금이 이처럼 증가한 것은 포상금 지급대상과 지급액을 늘린 영향도 있지만 혐의를 입증할만큼 의미 있는 내부 제보가 계속 늘고, 실제로 회계부정 적발과 처벌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회계부정 신고는 2020년 72건, 2021년 92건, 2021년 115건, 2022년 116건으로 점차 늘었고, 올해는 9월말까지 117건으로 2012년 신고센터가 설립된 이후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회계부정으로 제재 대상에 오른 사건들을 보면 상당수는 내부자 제보에 의해 드러난 경우가 많다”며 “내부 제보 없이는 회계부정 혐의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회계부정 신고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예산을 늘리는데 그치지 않고 회계부정으로 부과되는 과징금을 포상금에 활용하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올해 초 자본시장연구원은 ‘불공정거래규제 관련 주요 제도 변화와 향후과제’ 보고서에서 “공익신고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포상금액의 상한을 높이고, 정부 예산으로 지급하겠다는 계획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과징금을 재원으로 해 기금을 조성하고 해당 기금에서 포상금이 지급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국은 증권법 위반에 대한 모든 포상금 재원이 제재로 인해 직접 발생한 민사제재금과 부당이득환수금이다.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를 재원으로 기금을 조성해 만든 ‘페어펀드’에서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2022회계연도에 공익신고자가 가장 많이 신고한 위법행위 유형은 시세조종(21%)이고, ‘회사 공시 및 재무’는 13%에 달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우리나라도 미국의 페어펀드와 같은 제도를 도입해서 포상금 지급 재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