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원 만들고, 외국인지원센터 건립하고…
3년차 지방소멸대응기금 성과 가시화
‘잘하는 지역에 더’ 내년도 배분액 확정
응급의료 사각지대였던 충북 단양군에 지난 7월 응급실을 갖춘 보건의료원이 들어섰다.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컴퓨터단층촬영(CT) 장비를 갖췄고, 진료과목은 응급의학과를 비롯해 마취통증의학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10개다. 단양군에 응급의료기관이 생긴 것은 유일한 응급의료기관이었던 단양서울병원이 2015년 4월 폐원한 이후 9년 만이다. 지난달 말 기준 응급환자 2048명을 포함해 누적 1만9509명이 이곳에서 진료를 받았다.
개원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채용하는데 세차례나 실패했다. 전국 보건의료원 중 최고 연봉인 4억2240만원을 내걸고서야 채용에 성공했다. 또 의사·간호사 등 다른 지역에서 온 의료진 5명에게 군이 매입한 아파트를 제공하고 있다. 의료진 복지를 위해 이들이 가족과 쉴 수 있는 휴양숙소 3채도 건립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 지방소멸대응기금이 큰 몫을 했다. 단양군은 3년간 받은 기금 176억원 중 42억6000만원을 의료진 숙소지원 등 정주환경 개선사업에 사용했다. 또 시설·장비 구입 과정에서 부족한 예산 25억4000만원을 보탰다.
단양군은 이 밖에도 공동육아나눔터 조성사업에 29억원, 청소년수련관 리모델링사업에 15억원을 소멸대응기금으로 부담했다. 올해는 생활인구 확대를 목적으로 단양호 음악분수 조성에 기금을 활용하기로 했다.
경기 포천시는 2022년과 2023년 배정받은 소멸대응기금 35억원을 모두 외국인주민지원센터 건립에 사용했다. 포천시는 외국인 주민이 약 2만여명으로 전체 인구의 12.4%에 달할 만큼 비중이 높은 지자체로 이들에 대한 지원공간이 절실했다. 소멸대응기금이 지역에서 가장 필요한 시설을 건립하는데 사용된 셈이다. 특히 300여억원을 들여 비즈니스센터를 짓는 사업에 추가로 기금 35억원과 시비 3억1500만원을 더해 한층을 증축하는 방식으로 외국인주민지원센터를 건립, 예산활용의 효율성도 높였다.
포천시는 올해 받은 16억원은 육아종합지원센터 건립의 종자돈으로 활용하고, 내년에 받을 40억원은 새로 조성할 에듀케어 플랫폼을 활용한 외국인 주민 지원사업에 투입하기로 했다.
정부가 2022년부터 조성한 지방소멸대응기금이 지역의 정주여건 개선과 주민지원 사업에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매년 1조원씩 10년간 인구감소지역·관심지역에 지원하는 소멸대응기금이 3년차에 접어들면서 지역별로 구체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단양군과 포천시 외에도 경북 청도군의 지역활력타운·빈집활용 등을 통한 정주여건 개선사업, 경남 하동군의 지역 공공의료 기반 조성사업이 눈에 띄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행정안전부는 인구감소지역과 관심지역 107개 지자체가 축척해온 인구감소대응 우수사례를 한데 모아 다음달 경진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기금을 활용해 성과를 낸 사업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행안부는 또 기회발전특구·교육발전특구·도심융합특구·문화특구 등 지방시대 관련 사업·정책과의 연계를 강화해 소멸대응기금의 활용 효과를 극대화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행안부는 소멸대응기금 조성 4년차를 맞아 6일 광역 15곳, 기초 107곳에 대한 기금 배분계획을 확정해 발표했다. 매년 1조원씩 지원되는 기금은 기초지원계정 7500억원과 광역지원계정 2500억원으로 구성돼 있다. 광역지원계정은 15개 지역(서울·세종 제외)에 균등 배분하고, 기초지원계정은 기금관리조합 평가를 통해 차등 배분한다.
내년에는 인구감소지역 89곳에 72억원을, 관심지역에 18억원을 기본 배분하고 나머지는 우수 지자체에 나눠준다. 인구감소지역 중 우수지자체 8곳(전남 고흥·신안, 전북 남원, 충북 단양, 충남 보령, 강원 횡성, 경북 청도, 경남 하동)에는 88억원을 추가로 배분해 총 160억원씩 지원한다. 또 관심지역 중 우수 지자체 2곳(경북 김천, 경기 포천)에는 22억원을 추가해 40억원씩 배분한다. 이는 그동안 기금사업 실적과 내년도 투자계획이 우수한 지역에 더 많은 기금을 지원해 성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다. 올해까지는 대상 지역을 4개 등급으로 나눠 인구감소지역은 64억~144억원, 관심지역은 16억~36억원씩 차등 배분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지자체의 주도적인 노력이 있어야 성과를 낼 수 있기에 지방소멸 대응 의지와 역량이 있는 곳을 적극 지원했다”며 “기금이 꼭 필요한 곳에 투입돼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만드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