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무역국, 트럼프발 무역충격 대비 ‘고심’

2024-11-07 13:00:02 게재

독일·아일랜드·멕시코 등 관세인상 예상에 큰 우려

미국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승리로 유럽과 아시아의 주요 무역국들은 미국 주도의 보호무역주의 전환에 따른 리스크에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6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의 수출 중심 국가들은 무역규제를 강화하겠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 파급력을 추산하느라 분주하다.

독일 킬세계경제연구소 모리츠 슐라릭 소장은 “트럼프의 2번째 임기는 전후 독일 역사상 가장 어려운 경제적 순간이 될 것”이라며 “독일은 대외무역의 도전에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즉각적이거나 간단하지 않다. 많은 분석가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2017년 기업과 부유층에 대한 감세를 영구화하겠다는 공약을 통해 재임 초기에는 성장을 촉진할 것으로 예상한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이네스 맥피는 “재정부양책이 단기적으로는 소폭의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인천항 화물터미널에서 대형 크레인이 컨테이너를 옮기고 있다.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가 중국에 60% 관세를, 다른 수출국들에 2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실행에 옮긴다면, 맞불조치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트럼프 무역정책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기까지는 여러달이 걸릴 전망이다. 맥피는 “전세계에 미치는 영향은 최종 관세체제가 어떻게 될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운송정보플랫폼 ‘제네타’의 수석애널리스트인 피터 샌드는 내년 1월 20일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을 앞두고 주요국 기업들이 미국으로 수출품을 보내기 위해 서두르면서 운송료가 치솟을 것으로 예상했다. 샌드는 “미국 화주들이 트럼프가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기 전에 수입품을 미리 선적하는 것은 당연한 반응일 것”이라며 “창고공간이 있고 선적할 상품이 있다면 수입선적은 단기적으로 그같은 위험을 관리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지만, 그 자체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장기적인 압박이 시작될 것이라는 신호로 6일 글로벌 해운업체들의 주가가 하락했다. 세계에서 2번째 큰 컨테이너해운그룹 머스크 주가는 7.6%, 하팍로이드는 정오까지 5.8% 하락했다.

국제통화기금(IMF) 모델링에 따르면 트럼프 관세 위협이 세계무역의 상당한 규모를 겨냥할 경우 더 큰 경제적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상된다. IMF는 “관세인상에다 더 엄격한 이민 규정, 미국의 감세 연장, 글로벌 차입비용 증가라는 상황이 함께 발생하면 내년 글로벌 경제 생산량은 0.8%, 2026년에는 1.3% 감소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월가 투자자문사 ‘에버코어ISI’의 크리슈나 구하 부회장은 “트럼프발 ‘거시적 충격’이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극명하게 갈릴 것”이라며 “미국은 물가와 성장률이 높아지고 다른 국가들은 디플레이션과 생산량 감소를 겪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독일 자동차업계 대표 힐데가르트 뮐러는 “제조업체들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생산시설을 이전해야 한다는 압박이 엄청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독일 쾰른경제연구소의 마이클 휴터 소장은 “독일 기업들은 값비싼 무역전쟁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주요 기술·제약 회사의 유럽 본사 또는 대규모 사업장이 있는 아일랜드도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국제유럽문제연구소의 수석이코노미스트 댄 오브라이언은 “아일랜드 경제에 정말 큰 문제”라며 “전면적인 관세 부과가 아일랜드 경제에 가장 큰 단기적 위험”이라고 말했다.

EU통계기관 ‘유로스타트’ 데이터에 따르면 유럽 전체가 극도로 취약한 상황이다. 지난해 EU의 대미 수출액은 5020억유로로, 유럽 전체 수출의 5분의 1을 차지했다. EU 수출은 미국산 수입보다 46% 더 많았다.

ABN암로는 “트럼프 관세는 이미 취약한 유로존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며 “경제성장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하방 위험이 크게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그 결과 유럽의 금리가 낮아져 미국과의 차입비용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

트럼프가 반세계화 의제를 어디까지 추진하느냐에 따라 다른 국가들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전망이다. 아시아 수출국들은 더 높은 무역장벽에 노출돼 있다. 특히 트럼프가 중국의 모든 대미 수출품에 60% 관세를 부과할 경우 이미 취약한 중국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을 제치고 대미 최대 수출국으로 부상한 멕시코도 트럼프 첫 임기 동안 미국·캐나다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음에도 여전히 취약한 상황이다. 트럼프는 멕시코가 국경을 넘는 이주민의 유입을 억제하지 않으면 멕시코에서 수입되는 자동차에 2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 혼다는 6일 “트럼프가 공약을 이행할 경우 멕시코에 있는 우리 공장의 대미 수출에 매우 큰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세계 주요 무역국들이 당면한 리스크는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미국경제가 역사적인 정권교체를 겪으며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장기화되는 것이다.

베렌버그은행 이코노미스트 홀거 슈미딩은 “트럼프는 여전히 예측할 수 없고 변덕스럽다”며 “따라서 우리는 그가 거대하지만 일관적이지 않은 수많은 선거공약 중 어떤 것을 실제로 이행할지 가늠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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