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예산안 집중 분석 ② 부자들만 위한 자산세 감세

상속·증여세 감세, 상속재산 100억원이상만 세율 낮아져

2024-11-07 13:00:12 게재

내년부터 5년간 20조원 이상 세금 줄여줘

예정처 “자산 대물림 … 부의 집중 억제 약화”

대기업 지분 상속때 경영권 할증 폐지도 논란

가업상속공제 확대, 조세회피로 이어질 수도

“오너일가 경영권 승계 위한 지원 전락 우려”

정부가 제출한 상속세 증여세 등 자산세 감세로 상속재산 100억원 이상의 자산가들에게 향후 5년간 20조원에 달하는 혜택이 주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과세 취지인 ‘세대간 경제적 평등’ 등에 위배되는 것이라는 지적으로 이어졌다.

보고하는 김영호 통일부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7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예산안 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7일 국회예산정책처는 2025년 예산안 분석보고서를 통해 정부의 상속세 세율과 과세표준 조정으로 내년부터 2029년까지 총 11조7231억원(연평균 2조3446억원), 자녀공제액 인상으로 같은 기간에 총 8조4631억원(연평균 1조6926억원)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전체 20조원, 연평균 4조원 규모다.

정부는 상속세와 증여세 세율조정으로 총 10조8847억원(연평균 2조1769억원), 자녀공제액 인상으로 총 7조7612억원(연평균 1조5522억원)의 감세를 예상했다. 모두 18조원에 가까운 규모다.

정부는 상속세 및 증여세 과세표준 최저 구간을 1억원 이하에서 2억원 이하로 상향 조정하고 과세표준 최고구간은 30억원 초과에서 10억원 초과로 하향 조정하면서 최고세율은 50%에서 40%로 인하하는 방안을 내놨다. 또 상속세 자녀공제액은 현행 1인당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10배 올리는 안을 제시했다.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상속세와 증여세의 세율 및 과세표준 조정의 경우 자산가액 100억 이하 구간에서는 현행 대비 0.2~0.7%p, 자산가액 100~500억원 구간과 500억원 초과 구간에서는 각각 4.7%p, 9.0%p의 실효세율 감소 효과가 나타났다. 피상속인의 자산이 많을수록 실효세율 감소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난다는 얘기다. 여기에 자녀공제 조정까지 포함하면 자산 30억원 이하 구간에서는 추가적인 세부담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고 상속자산 가액이 30억원을 초과하는 상위 자산가액 구간에서는 현행 대비 4.7~9.6%p 실효세율 감소 효과가 나타났다. 세수감소 혜택이 모두 고액 자산가들에게 돌아간다는 얘기다. 국회예산정책처 최천규 추계세제분석관은 “정부의 상속세 개정안은 최저세율(10%) 과세표준 구간 상향 조정(1억원→2억원)에 따른 실효세율 감소 효과보다 최고세율(50%→40%)인하에 따른 과세표준 30억원을 초과하는 구간(상속재산가액 100억원 초과)에서 세부담 경감효과는 크게 나타났다”며 “이는 부의 집중을 억제하도록 하여 자산 격차를 줄이고 세대 간 경제적 평등을 이루려는 상속세 기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했다.

상속세 자녀공제액 인상과 관련해서도 “현재 부동산 등 자산가치의 상승을 고려해 상속세 공제 수준을 결정하였다 하더라도 적용대상인 자녀 수에 따라 공제액의 크기가 달라지는 공제를 한 번에 큰 폭으로 인상하는 것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하다”며 “상속세 공제가 큰 폭으로 확대되면 상속을 통한 세대 간 자산이전이 더 용이해져 부의 집중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일정한 범위 안에서 조율돼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매출액 5000억원 이상의 중견기업과 대기업의 경우 최대주주 보유주식을 상속받을 때 할증평가해 과세하는 방안을 폐지하려는 정부의 제안에도 국회 예산정책처는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현행 상속증여세법 상 최대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이나 출자지분을 상속할 경우 주식가치에 일정한 할증률인 20%를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보고 일괄 적용해 과세하고 있다. 중소기업(2004년)과 일부 중견기업(2022년)까지는 할증평가를 제외했다. 최 분석관은 “대법원과 헌재에 따르면 최대주주의 보유주식에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존재하고 있어 이는 실질 과세원칙과 과세형평성 측면에서 재산가액으로 평가해 과세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면서 “또 대기업의 할증평가 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대기업 등의 최대주주 오너일가로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세제지원이 될 우려가 있어 공평과세와 실질과세원칙의 관점에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가업상속공제 확대에 대해서도 재고를 요구했다.

정부는 밸류업 및 스케일업 우수기업과 특구 이전·창업기업 등에 대해 가업상속공제 한도액을 인상하는 안을 제안했다. 최 분석관은 “밸류업기업 요건을 충족한 가업상속기업은 정부가 법인세와 소득세 감면도 제안한 상황에서 상속세까지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것은 합리적인 수준을 벗어나는 것으로 검토가 필요하다”며 “스케일업 기업의 가업상속공제 확대는 가업상속 세제지원의 본래 도입 취지인 경제활성화를 위한 고용유지와 투자유인 방안의 직접적인 실행 방안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가업 요건으로 하여 세제지원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기회발전특구 이전·창업기업에 대한 가업상속공제의 경우 공제한도 없이 도입되는 것에 대한 부작용과, 지역간 및 지역내 가업상속기업과의 형평성 측면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밸류업기업 등에 대한 정부의 과감한 세제혜택은 이를 활용해 상속세 부담을 감소시키려는 조세회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이에 대비한 대응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며 “가업상속공제는 과세특례로 운영되는 것으로 근본적으로 조세형평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 분석관은 “상증세 세율 및 과세표준 조정 등 세부담 완화 개정안에 따라 연평균 4조372억원의 세수감소가 이루어질 경우 세입기반이 축소되어 재정의 지속가능성이 우려된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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