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헌법재판관 공석 언제까지 방치할건가
지난 10월 17일 이종석 헌법재판소장과 이영진 김기영 헌법재판관 등 3명의 임기가 끝난 지 20일이 지났다. 하지만 재판관 3명의 자리는 채워지지 않고 있다.
이들은 모두 국회 선출 몫인데 여야는 재판관 선출 방식을 두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여당은 여야 1명씩 추천하고 나머지 1명은 관례대로 합의해 추천하자는 입장인 반면, 야당은 원내 1당이 3명 중 2명을 추천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재판관 정족수 부족으로 사건심리가 불가능해져 이른바 ‘헌재 마비’ 사태가 일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헌재는 3명의 재판관 임기가 끝나기 3일전인 10월 14일 심리 정족수를 7명으로 규정한 헌재법 23조 1항에 대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효력정지 가처분을 인용하면서 ‘헌재 마비’ 사태는 피하게 됐다.
하지만 6명의 헌법재판관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헌재가 정상 운영되기는 어렵다. ‘헌재 마비’ 상황을 피한 것도 이진숙 위원장의 탄핵심판 사건이 종결될 때까지 뿐이다.
그런데 이 위원장의 탄핵심판 사건이 종결되면 6인 체제로서는 헌재법에 따라 심리조차 열 수 없는 ‘헌재 마비’ 상황이 올 수 있다. 그래서 헌재가 이 위원장의 탄핵심판 사건에 대해 공석인 3명의 재판관이 임명될 때까지 결정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이 위원장이 탄핵심판 결정을 조금이라도 빨리 받아내기 위해 냈던 재판관 정족수 관련 법 조항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의 효과가 사라지게 된다. 그만큼 이 위원장의 직무정지 기간은 길어질 수 있다.
국민들의 권리침해는 이 위원장 뿐만 아니다. 탄핵심판 사건 외에도 재판관 6인 전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법률의 위헌결정이나 헌법소원에 관한 인용결정도 심리는 하지만 결정을 내리기는 어려울 수 있다.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헌재법에 재판관 임명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기는 하다. 헌재법 6조 3항은 ‘재판관의 임기가 만료되거나 정년이 도래하는 경우에는 임기만료일 또는 정년도래일까지 후임자를 임명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가 선출하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재판관 공석 상황을 피할 방법이 없다. 이를 피하려면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재판관의 임기를 연장하거나 연임하도록 바꿀 필요가 있다. 실제 헌재법 7조에는 재판관 연임도 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아니면 국회 선출 몫 재판관 3명의 선출 방법을 법으로 규정해 여야 정쟁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개선할 필요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당장 여야가 현재의 법 조항(헌재법 6조 3항)을 제대로 지켜 재판관 공석 상태를 끝내고 국민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점이다.
김선일 기획특집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