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냉장고 영아 살해’ 친모 징역 8년
출산 직후 신생아 살해·사체 은닉 혐의
1·2심 징역 8년 … 대법, 상고 기각
영아살해죄·심신미약 상태 인정 안돼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출산 직후 신생아 2명을 살해하고 냉장고에 시신을 보관(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친모에 대해 대법원이 징역 8년을 확정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살인, 시체은닉 혐의로 기소된 30대 여성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11월과 2019년 11월 두 차례 아이를 출산한 뒤 목 졸라 살해하고 자신이 사는 경기 수원시 아파트 냉장고에 시신을 숨긴 혐의를 받았다. 이미 세 명의 자녀를 두고 있었던 A씨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또다시 임신하자 이 같은 범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살인죄가 아닌 영아살해죄가 적용돼야 하며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 있다고 주장했다.
형법상 영아살해죄는 ‘직계존속이 치욕을 은폐하기 위하거나 양육할 수 없음을 예상하거나 특히 참작할 만한 동기로 인해 분만 중 또는 분만 직후의 영아를 살해하는 경우’로 정하고 있다.
1심과 2심 모두 A씨의 혐의를 전부 유죄로 보고 징역 8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초산부가 아닌 아기를 낳은 경험이 있는 경산부로서,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정상적으로 출산했다”며 “각각의 살인까지 29시간이 경과했고, 그 사이 일상적인 활동을 하는 등 분만의 영향에서 벗어난 상태였다”고 판단했다.
A씨는 첫 번째 범행 당시 남편 B씨에게 출산 사실을 알릴 것인지, 보육원 등에 아기를 두고 올 것인지를 고민하다 소주 1병을 마시고 범행을 저질렀는데, 이는 맨정신으로 범행할 만큼 비정상적 심리 상태는 아니었음을 방증한다는 것이다.
피고인 측이 주장한 심신미약도 인정되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우울감이나 주산기 우울증(임신 중 또는 출산 후 첫해에 발생하는 기분장애)이 있었더라도, 이는 경제적 어려움과 육아 문제로 인한 것일 뿐 분만 과정의 영향으로 비정상적 심리상태가 야기된 것이 아니다”라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양형과 관련해 “넉넉지 않은 형편에서 세 자녀를 키우며 신생아까지 양육하면 기존 자녀들마저 제대로 키우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이 범행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 초범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A씨와 검찰 모두 항소했지만 2심은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에 살인죄, 사체은닉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해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지난 2월 9일부터 영아살해죄 조항이 삭제된 개정 형법이 시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유사 사건에서 영아살해죄 적용 여부가 더이상 쟁점이 되지 않을 전망이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