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행정사무감사 ‘반전’
국민의힘 의원 송곳 질의
시의장도 서울시에 쓴소리
서울시의회 행정사무감사가 시의원들의 날카로운 지적과 치밀한 준비로 눈길을 끌고 있다.
8일 내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닷새째를 맞는 올해 서울시의회 행감은 여느 때보다 열띤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오세훈 시장과 소속당이 같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통상 시장과 같은당 시의원들은 감싸주기나 적당한 질의로 넘어가기 일쑤지만 올해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혜영 국민의힘 의원은 서울시가 무보수 명예직인 홍보대사 중 일부에게 보수를 제공한 사실을 지적했다. 김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확보한 최근 5년간 홍보대사 보수지급 자료에 따르면 시는 아이돌 그룹 뉴진스에 2억4000만원을 지급하는 등 전체 홍보대사 52명 가운데 23명에게 1회 이상 보수를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조례상 홍보대사는 무보수 명예직이다.
같은 문광위 소속 김형재 국민의힘 시의원은 서울시 홍보용 굿즈사업의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현재 서울시가 브랜드 홍보 확대를 위해 서울라면 서울아몬드 서울패션 등 민간업체와 협업해 상품을 개발·판매하고 있지만 정작 홍보효과는 불분명하다”며 “해당 업체들에 대한 특혜 소지 및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택공간위원회에선 박 석(국민의힘) 의원 활약이 눈에 띄었다. 박 의원은 주택실 사무감사에서 청년에게 위험을 전가하는 청년안심주택 정책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지난해 감사에서 지적한 청년안심주택 공공임대분 가압류 사태가 1년째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해당 사업장에서 보증금 미반환 소송까지 발생하는 등 서울시의 방관 속에 청년들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송곳 질의로 존재감을 알렸다. 박유진 의원은 “정부가 의료 대란에 대응하기 위해 서울시가 보유한 재난관리기금을 끌어다 쓰려 한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재난안전법 시행령을 개정해 지자체 재난관리기금을 비상진료체계 유지에 쓸 수 있도록 특례 규정을 신설했다. 뿐만 아니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통해 각 지자체에 총 1712억원, 서울시에 655억원의 기금 투입을 요청했다.
박 의원은 “의료대란은 없다고 주장하면서 지자체에 재난기금을 요구하는 정부에 대해 서울시가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시 안팎에선 시의회의 이처럼 예리한 감사 분위기 뒤에는 최호정 의장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 의장은 행정사무감사 시작 전 본회의 개회식에서 오 시장에 묵직한 경고를 날렸다.
오 시장이 최근 발표한 ‘철도지하화 통합개발 추진 계획’과 관련 “면밀한 사전준비와 정교한 사업분석 없인 서울시민에게 기약없는 희망고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의장은 오 시장이 관심을 쏟는 ‘고립은둔종합대책’에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고립·은둔·소외 등은 서울이란 거대도시, 현대도시의 숙명적 그늘”이라며 “단기간에 성과를 내려하지 말고 긴 안목으로 꾸준히 접근해 주시길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