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방부채 차환에 10조위안 투입
경제 직접부양 내년초 예상
중국이 지방정부 자금경색을 해소하고 지지부진한 경제성장을 북돋기 위해 10조위안(약 1조4000억달러) 규모의 부채해소 정책을 발표했다. 실물경제에 직접 재정을 투입하는 추가 부양책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가 취임한 이후인 내년 초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회의 폐막일인 8일, 중국은 향후 3년 동안 지방정부 부채한도를 6조위안 더 늘리는 내용의 부양책을 발표했다. 늘어난 한도는 지방정부의 숨겨진 부채를 차환하는 데 쓰인다. 앞서 중국은 연간 8000억위안씩 향후 5년 동안 4조위안을 투입해 지방정부 부채 차환을 돕겠다고 밝힌 바 있다. 두 조치를 합하면 약 10조위안 규모에 달한다. 숨겨진 부채를 공식 부채로 전환하면 향후 5년 동안 지방정부가 아낄 수 있는 이자액만 6000억위안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지방정부는 그동안 ‘지방정부 자금조달기구(LGFV)’를 통해 대출과 채권을 늘려왔다. 8일 부양책을 발표한 란포안 재정부장에 따르면, 그림자금융으로 불리는 이같은 숨겨진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14조3000억위안에 달한다. 란 부장은 “일련의 조치를 통해 LGFV 부채를 2028년 2조3000억위안으로 줄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반면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 LGFV 부채가 지난해 말 기준 60조위안으로,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47.6%에 달한다고 추산한 바 있다.
중국 부양책 발표에 시장은 실망하는 모습이다. 상하이안팡프라이빗펀드의 리서치장 황쉐펑은 “이번 발표내용은 숨겨진 부채를 대체하는 데 쓰이는 것으로, 경제성장을 위한 직접적 부양은 아니다”고 평했다. 스위스 프라이빗뱅크 UBP의 아시아 선임 이코노미스트 카를로스 카사노바는 “중국이 미분양 주택재고를 줄이고 LGFV 부채 만기를 차환하려면 23조위안의 부채 패키지가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중국정부도 이같은 지적을 의식하고 있다. 란포안 재정부장은 “국영은행들의 자본을 확충하는 동시에 정부가 나서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하고 미개발 주택용지를 민간개발업자로부터 환수하는 정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같은 조치는 재정화력을 실물경제에 주입하는 보다 직접적인 방법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부양책 규모나 시기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 선임 중국전략가인 싱자오펑은 “중국이 이번에 직접적인 재정부양책을 아낀 건 향후 예상되는 트럼프 2.0 시대의 충격을 방어하기 위해 정책적 여지를 남겨뒀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UBP의 카사노바 이코노미스트도 “트럼프 당선자가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지 보다 분명히 알 수 있을 때까지 중국은 재정화력 투입을 유보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