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저축은행·상호금융 ‘부실채권 관리 경고장’ 보내

2024-11-11 13:00:03 게재

연말까지 정리계획 수립 … “올해 3월말 수준으로 낮춰야” 공문

이행 못하면 ‘충당금 적립 폭탄’ 가능 … 연체율→부실채권 관리로

가계대출 급증에 ‘풍선효과’ 차단 나서. 2금융권 경영 환경 악화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권 등 2금융권의 부실채권 규모가 커지면서 금융당국이 적극적인 부실채권 정리를 압박하고 나섰다. 부실채권은 3개월 이상 연체된 고정이하 여신을 말하며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다.

지난달 ‘서민급전’으로 분류되는 2금융권 신용대출과 카드론, 현금서비스, 보험약관대출 등이 1조5000억원 이상 폭증한 것으로 추산됐다.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줄이면서 2금융권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난 데다가 경기 악화 등으로 서민·취약계층의 급전슈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은 10일 한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관련 안내문. 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2금융권의 연체율 상승은 시간이 지나면서 부실채비율 증가로 이어지고 있어서 금융당국이 연체율에 이어 부실채권비율 관리에 들어간 것이다.

1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8일 전체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기관에 연말까지 부실채권 정리계획을 수립해 제출하라는 내용이 포함된 공문을 발송했다.

금감원은 각 금융회사 마다 전체 부실채권 비율과 부동산PF 부실채권 비율을 구분해서 각각 일정 수준 이하로 비율을 낮출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체적인 기준은 올해 3월말 수준으로 부실채권 비율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부실 부동산PF 정리를 위해 PF사업장 평가 기준을 강화한 이후 2금융권의 부실채권 비율은 급격히 증가했다. 지난 6월말 기준 11.52%로 10%를 넘어섰다. 10%를 넘는 저축은행은 전체 79개 중 60곳에 달한다. 20%가 넘는 곳도 9곳이다. 자산규모가 큰 10대 저축은행 중 OK(11.99%)·웰컴(13.01%)·페퍼(19.15%)·상상인(20.43%)·OSB(14.18%) 등 5곳도 부실채권비율이 10%를 넘었다.

금감원은 부실채권 비율을 10% 이내에서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정하고 이들 저축은행들을 상대로 연말까지 정리계획을 수립·집행하도록 했다. 이행이 미흡한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기관의 경우 부실채권에 상응하는 충당금 적립을 지도하고 현장 점검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저축은행들은 부실채권 규모 대비 충당금을 절반 이하로 적립해 놓고 있다. 이 때문에 연말까지 부실채권 비율을 낮추지 못할 경우 현재 쌓아놓은 충당금에 달하는 만큼의 추가 적립을 해야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충당금 폭탄’을 각오하든지 부실채권을 정리하든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입장이 강경하다.

부실 부동산PF 사업장을 정리하는 속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도 금융당국의 우려 중 하나다. 저축은행들이 부실FP 경·공매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버티기에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새마을금고가 경·공매 대상 PF사업장을 26% 가량 정리한데 반해, 저축은행은 8%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저축은행들이 금융당국에 제출한 계획대로 부실PF를 경·공매에 넘기고 있기는 하지만 최저 입찰가를 높여서 실제 매각 성사를 어렵게 하는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상당수 저축은행이 최저 입찰가를 대출 원금 대비 120~130% 수준으로 설정하고 있어 낙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유찰될 경우 최저 입찰가를 낮추도록 했기 때문에 갈수록 가격이 낮아지기는 하겠지만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한편 금융당국은 카드사와 캐피탈사, 보험사를 중심으로 지난달 가계대출이 급증하면서 은행권의 대출 심사 강화에 따른 2금융권 풍선 효과 차단에도 나섰다.

금융당국은 카드·캐피탈사를 중심으로 11월과 12월 대출 목표치를 받을 예정이다. 지난달 카드·캐피탈사에서 카드론, 현금서비스, 신용대출은 9000억원 이상 늘었다. 저축은행에서는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이 지난달 4000억원 늘었다. 보험약관대출은 지난달 3000억원가량 증가하는 등 최소 1조6000억원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금융권 전체적으로는 가계대출이 2조원 후반대까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이 2금융권에 대해서도 대출 심사 강화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예정이다. 부실채권 정리 압박과 함께 당국의 가계부채 대책에 따라 영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기 어려운 2금융권의 경영 환경은 한동안 힘든 상황을 맞게 될 전망이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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