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김건희 특검법 수정안 내기로…여야 신경전 치열
14일 국회 본회의 특검법 의결 앞두고 여당 의원 동참 카드
이달 말 재의결 가능성 … 제3자 추천·수사대상 수정 제출
15일 이재명 선거법 1심 결과 영향력 놓고 전망 엇갈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총력전을 펴고 있는 ‘김건희 특검법’이 14일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15일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선거법 1심 선고재판이 열린다. 16일에는 야당 공동으로 장외집회가 예정돼 있다. 14~15일 특검법 표결과 이 대표 재판은 이후 여야는 물론 정국흐름의 방향을 크게 흔들 핵심변수로 꼽힌다. 민주당 한 재선의원은 “당장 결정되는 것은 없지만 다음 상황을 정리를 하며 갈지, 훨씬 복잡하게 흘러갈지를 정하는 사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예산안을 놓고 치열한 수싸움을 벌이고 있는 야당과 여권 사이 긴장감이 훨씬 높아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민주당은 14일 김건희 특검법을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8일 기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및 명품가방 수수 의혹 등에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를 통한 부정선거 의혹을 포함한 특검법을 통과시켰다. 야당 주도로 법안소위와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고, 14일 국회 본회의 통과도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 회의에서 “민주당은 14일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을 처리할 것”이라며 “불법 의혹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잘못이 있다면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국민 눈높이”라고 말했다.
앞선 2번의 특검법 경로가 그랬듯 관건은 본회의 통과 후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여부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도 김건희 특검법의 위헌성을 주장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14일 세번째 특검법이 통과되더라도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달 28~29일쯤 재의결에 여당 의원이 동참할지를 주목하는 이유기도 하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최소 8표의 이탈표가 나와야 특검법이 빛을 볼 수 있다.
윤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부정평가가 높아지면서 여당 내 ‘특검 불가피’ 목소리가 나왔지만 지난 7일 대통령 기자회견을 계기로 가라앉는 모양새다. ‘국민 눈높이’를 강조하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 대통령보다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공세에 집중하면서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여당이 위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내부동력 점검 등 숨고르기에 들어가겠지만 본질적으로 변한 것은 없다”면서 “추락하는 국정지지율을 특별감찰관 정도로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라고 말했다. 보수 전체의 위기를 막기 위해서라도 특검법에 동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기대다.
민주당은 대신 특검법 조항이 수정 등을 고려하고 있다. 여당 내부에서 ‘독소조항’으로 꼽았던 특검 추천 방식이나 13개에 달하는 수사대상을 일부 축소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11일 “특검 수사대상, 추천방식에 대해 모두 열어놓고 협의할 용의가 있다”면서 “독소조항 핑계는 그만 대고 국민이 납득할 안을 제시하면 진지하게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제3자 추천 방식을 제안하면 수정할 수 있을 것이고, 수사대상도 주가조작·부정선거·국정농단 의혹 등으로 수사대상을 줄이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정국의 최대 목표로 정하고 있는 ‘김건희 특검법’을 처리해 실효성을 높이는데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민주당의 이같은 노력에도 여당이 동참하지 않는다면 재의결은 물 건너 간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 후 한동훈 대표의 태도가 바뀌었다고 비난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한 대표가 꼬리를 내리고 강약약강의 아이콘이 됐다”고 평가했다. 여론을 통한 압박에 집중해 온 민주당이 제시한 회유카드가 여당 의원들을 얼마나 설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민주당 원내 핵심관계자는 “현 상황에 대해 비관적 전망을 토로하면서도 ‘선거가 너무 멀리 있다’고 말하는 여당 의원들이 적잖다”고 말했다. 보수 지지층의 지지를 바탕으로 국회에 들어온 의원들이 당 주류와 다른 선택을 하기가 그만큼 어려울 것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당 일각에선 15일 예정된 이재명 대표에 대한 선거법 재판도 재의결 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칠 변수로 꼽는다. 이 대표의 1심 결과가 민주당 내부의 구심력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당 차원에서 벌이고 있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 무죄 판결 촉구 탄원 서명’ 참여자가 10일 기준 94만명을 넘겼다. 오히려 ‘검찰정권이 야당 대표 탄압’이라는 민주당의 목소리가 훨씬 강화될 것으로 본다. 한국갤럽이 8일 공개한 차기 지도자 선호도 조사(5~7일. 만 18세 이상 1002명. 무선가상번호 CATI.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응답률 11.8%. 중앙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 이 대표는 29%로 한동훈(14%) 조 국(5%) 홍준표(4%) 오세훈·이준석(3%) 등에 앞섰다. 특히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62%가 이 대표를 선택했다.
내부적으론 탄탄한 기반을 유지하고 있지만 벌금 100만원 이상 유죄를 선고 받을 경우 적잖은 혼란이 예상된다. 당장 국민의힘이 국정지지도 하락이라는 위기를 이 대표 사법리스크에 대한 공세로 돌파하려는 공세가 더욱 강화될 것이다. 보수 또는 중도성향의 여론뿐 아니라 여당 의원들의 특검법에 대한 입장 변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민주당 한 초선의원은 “차기 경쟁에서 가장 앞서는 이 대표의 1심 결과가 여당 의원들의 선택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면서 “16일 야당 공동집회의 구호도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명환 박준규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