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 번역대학원대학교 설립 필요”
전수용 한국문학번역원 원장
문학진흥법 개정안 10월 발의
“한국문학 번역대학원대학교를 설립해야만 하는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한국문화 번역에 대한 수요가 굉장히 확장됐습니다. 분야도 케이콘텐츠 웹소설까지 망라해줬으면 하는 요구가 있습니다.”
11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전수용 한국문학번역원(번역원) 원장 취임 100일 기자 간담회에서 전 원장의 일성이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한국문학이 세계로 진출하는 데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인 번역과 관련해 한국문학 번역대학원대학교를 설립할 시점이라는 논의가 다시 제기됐다.
한국문학 번역대학원대학교 설립에 대한 논의는 오랜 기간 이어져 왔으나 법 개정이 되지 못해 번역아카데미로 운영되는 상황이다. 번역아카데미를 한국문학 번역대학원대학교로 격상하기 위해서는 문학진흥법 개정이 필요하다. 이에 10월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로 문학진흥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번역원은 2008년부터 비학위과정인 번역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학위를 수여하지 못해 인력 양성과 교원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번역원은 7개 언어권의 번역에 대한 교육을 하고 있으며 학생 중 상당수는 각 언어권 국가에서 한국어 번역을 공부하기 위해 한국으로 유학을 온 유학생들이다. 이들은 현지어를 유창하게 하며 한국어와 관련된 소양도 어느 정도 갖추고 공부를 시작한다.
전 원장은 “학생들이 연수생 신분이기 때문에 비자와 관련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훈련을 받은 이후 실제 번역에 투입돼 업무를 수행한다고 하더라도 번역료를 지급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사실 번역으로 생계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은데 이들에게 석사학위를 수여할 수 있다면 이들이 자국으로 돌아가 대학에서 교육을 하면서 번역을 하고 학생들을 양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친한 인사로, 한국 문학의 유포자로 활동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교원의 경우에도 기간제 고용을 하고 있어 양질의 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교원들의 경우 외국어와 한국어를 모국어처럼 유창하게 구사하며 박사급 지식을 갖춘 역량이 있는 이들이다.
전 원장은 “아르헨티나에 한강 작가의 작품을 소개한 윤선미 교수는 세계에 한 작가를 가장 먼저 소개하는 역할을 했다”면서 “이같은 희귀한 기여를 할 수 있는 교원들이 번역아카데미에서는 기간제 신분으로 있으며 영어권 교원의 경우 지원자를 찾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번역원은 문학진흥법 개정을 시도해왔으나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고 10월 3번째로 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번역아카데미를 번역대학원대학교로 격상하려면 번역원에 고등교육법에 따른 대학원대학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
전 원장은 “이와 관련해 통번역대학원들이 동의를 하지 않아왔는데 최근 번역원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서 서로 협업하는 관계가 돼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는 한국문학을 세계문학의 새로운 축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한국문학 해외담론 형성 촉진(학문기반 강화, 대중 및 전문가 비평확대, 기획출간 확대) △글로벌 문학 네트워크 강화(작가축제 확대) 등 번역원의 정책 방향성이 발표됐다.
10월 기준 번역원은 44개 언어권에 총 2186건의 한국문학을 번역 지원했다. 양질의 작품에 이같은 노력이 더해져 최근 5년 동안 국제 문학상에 19건이 수상했으며 48건이 입후보했다.
3년 연속 부커상 최종후보에 올랐으며 10월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국제무대로 한 단계 도약하게 됐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 작가의 경우 28개 언어로 76종의 작품이 번역원 지원으로 번역출간됐다. 이외 작가 파견 프로그램 등을 포함해 9억200만원이 한 작가에 지원됐다.
민간에서는 대산문화재단이 한국문학을 번역 지원하고 있다. 400~500종의 한국문학 작품들을 번역 지원했다. 한 작가 작품들도 대산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번역 출간됐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