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 전까지 중국 ‘대미 수출’ 급증 전망
미국 업체들, 비용 늘기 전에 앞당겨 수입
‘관세 인상으로 인한 중국 피해 미미’ 전망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승리로 향후 수입품에 높은 관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 수입업체들이 잠재적인 비용 증가를 피하기 위해 중국 제품을 앞당겨 수입하고 있다. 이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는 1월을 앞두고 중국의 대미국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핑안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중정성의 언급을 인용해 다음 분기에 중국의 수출이 급증할 것이 확실하다고 보도했다. 그는 “이는 운임에 반영됐다”며 “11월 초 중국의 수출 컨테이너 운임 지수가 안정화되고 반등했으며 미국 서부 해안과 미국 동부 해안 노선이 반등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애널리스트들은 장기적으로 관세 인상이 중국 경제에 미칠 직접적인 피해는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관세가 누적되면 수출에 타격을 줄 수 있으며, 이를 상쇄하기 위해 재정 적자 확대나 위안화 평가절하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런던에 본사를 둔 캐피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미국의 중국산 상품 수요는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3% 미만이다. 미국의 대규모 관세가 중국 경제에 미치는 직접적인 피해는 GDP의 0.5% 미만일 것으로 추정됐다.
수출업체가 다른 국가를 통해 관세를 우회할 수 있고 위안화 평가절하로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캐피털 이코노믹스 분석에 따르면 실효 관세율을 15%에서 60%로 인상하면 중국 GDP가 1.1% 감소하지만 부분적인 환율 조정으로 피해를 GDP의 0.7%로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미국 관세 영향은 내년 하반기까지 중국에서 체감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오히려 미국의 관세와 고립주의로의 전환이 전통적인 동맹국들을 밀어내고 중국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기술에 대한 서방의 통제를 약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기간 동안 미국 산업을 우선시하고 해외 제조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광범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최대 60%까지 인상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 1기 임기 중 시작된 중국과의 무역 전쟁 기간 동안 기계, 전자제품, 가구, 섬유 등 약 3600억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10~25%의 관세가 부과됐다. 이 기간 중국의 GDP 성장률은 2017년 6.8%에서 2019년 약 6%로 둔화됐는데 이는 부분적으로 무역전쟁의 영향 때문으로 분석됐다.
맥쿼리 캐피탈의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인 래리 후는 보고서에서 중국은 더 공격적인 경기 부양 전략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성장의 주요 동력이 다시 내수로 전환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후는 “극단적인 경우 60%의 관세를 상쇄하려면 3조위안의 경기 부양책이 필요할 수 있다”면서 “내수 회복이 목표라면 3조위안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관세를 60% 인상하면 향후 12개월 동안 중국의 총 수출이 8% 감소하고, 새로운 무역 전쟁으로 중국의 성장률이 2%p 떨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중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미국의 무역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경기 부양책을 늘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후는 “올해 12월 정치국 회의에서 단기 및 장기적으로 잠재적인 무역전쟁 2.0에 대응하는 중국의 전략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