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원 42명 ‘탄핵열차’ 먼저 예열
박수현 대표 “늦지 않게 준비해야”
개헌모임 20여명도 토론회 예고
“너무 앞서가선 안 돼” 우려도 나와
야당의원 42명이 탄핵연대를 꾸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열차에 시동을 걸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사유를 점검하고 탄핵 이후를 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임기단축 개헌을 주장하는 20여명의 야당의원들은 ‘개헌연대 준비모임’을 만들었다. 이들은 ‘대통령을 선출한 국민이 직접 권한을 빼앗는’ 개헌이 탄핵보다 빠르고 여당을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전체 국회의원의 20%이상이 개헌이나 탄핵에 직접 이름을 올린 셈이다. 개혁신당도 ‘개헌을 통한 임기 단축’에 찬성하고 나서면서 국회 안에서 ‘윤 대통령 퇴진’ 바람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는 지난 두 차례의 장외집회에서 여전히 미지근한 국민들의 반응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너무 앞서 가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탄핵연대 대표를 맡은 박수현 민주당 의원은 “상황의 엄중함과 행동의 신중함”을 강조하면서 “국민보다 너무 앞서가지 않으면서 만약에 해야 한다면 탄핵이 너무 늦춰지지 않도록 준비하자는 의미가 강하다”며 “지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때는 정치가 너무 늦게 반응해 국민들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40~50명 선에서 숫자를 더 늘리는 데 총력을 기울이기보다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위한 법적 점검 등과 함께 탄핵 이후 사회 대개혁 방안을 찾는 데 더 초점을 두고 활동할 것”이라며 “탄핵안을 발의할 계획은 현재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탄핵연대에는 민주당 소속 의원 27명이 참여의사를 밝혔다.
‘대통령파면 국민투표 개헌연대’에는 26명의 야당 의원이 참여하고 있다. 개혁신당도 공개적으로 ‘개헌에 의한 임기단축’에 동의했다. 이중 민주당 소속 의원은 20명이다. 이 모임을 주도하는 장경태 의원은 ‘대통령 파면 국민투표’를 위한 시민간담회를 오는 16일 국회에서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장 의원은 “임기단축 헌법 개정을 통해 헌정사상 가장 무능하고 무책임한 윤석열 대통령을 국민이 직접 파면하고자 한다”며 “임기 단축 헌법 개정은 탄핵과 함께 윤석열 정권을 조기 종료시킬 수 있는 강력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대거 탄핵과 개헌 등으로 윤 대통령 임기단축에 앞서 가는 것에 대한 내부 우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친이재명계 모 중진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이 앞 다퉈 윤 대통령 탄핵으로 가는 게 이재명 대표에게 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아직 국민들은 탄핵에 미온적이고 미지근한데 국회가 먼저 앞서가는 것은 선후가 바뀐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의해 이뤄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김건희 여사의 국정농단 의혹에 따른 윤 대통령 탄핵요구와는 여러 가지 차이점이 있다고 봤다. 구체적으로 민간인이었던 최순실과 같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지만 김건희 여사는 대통령에 준하는 경호를 받는 위치에 있다는 점, 국민들이 탄핵에 면역이 생겨 있어 탄핵까지 가는 데에 임계점이 높아졌다는 점, 문재인 대통령으로 바꿔 봤더니 더 나아지지 않았다는 경험, 당시 문재인 전 대표의 경우 호감도가 높았지만 현재 이재명 대표에 대해서는 비호감도가 높다는 점 등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지금 경제가 8년 전에 비해 더 어렵고 힘들어 국민들이 탄핵에 신경 쓸 여력이 많지 않다”면서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은 이럴 때일수록 탄핵이나 개헌에 앞장서기 보다는 조용하고 묵묵하게 현실성 있는 민생 대안을 제시하면서 집권능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박 의원도 “박 전 대통령 탄핵 때는 탄핵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여론이 70% 수준이었는데 학습효과가 있어서 이제는 80%는 돼야 밖으로 나올 것”이라며 “국회에서 국민을 끌고 가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민주당은 아직 당 차원의 탄핵 추진에는 선을 그었다. 황정아 대변인은 “지도부에서는 (탄핵) 그런 언급이 없었고 가이드라인도 없다”며 “(의원들이) 자발적으로 연대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