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선고 직전 공탁을 신청해 논란이 됐던 경찰 폭행 ‘만취 검사’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4단독 장민석 판사는 13일 공무집행방해와 모욕 혐의를 받는 A 검사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수원지방검찰청 공판부 소속 초임 검사인 A씨는 지난 4월 21일 새벽 서울 영등포구 한 대로변에서 술에 취해 누워 있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을 주먹으로 때리고 모욕한 혐의를 받는다.

A 검사는 파출소에 연행된 뒤에도 저항하고 경찰관에게 물리력을 행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장 판사는 “피고인이 피해 경찰관들을 위해 상당 금액을 공탁했고,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A 검사는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고 검찰은 A 검사에게 징역 10개월을 구형한 바 있다.

A 검사는 선고를 일주일 앞둔 지난 5일 법원에 형사 공탁했는데 이를 두고 형 감면을 고려한 ‘기습공탁’이라는 의혹을 샀다.

형사공탁은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한 피고인이 법원에 합의금을 맡겨두는 제도로 피고인 형량을 정할 때 정상 참작될 수 있다. 그런데 피해자와 동의없는 공탁으로 형을 감면받거나 피해자가 공탁에 의견을 낼 수 없도록 변론 종결 이후에 공탁하는 기습공탁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와 관련 A 검사측 변호인은 12일 입장을 내고 “5일 ‘피해자 인적사항 확인불가’ 회신을 받아 당일 법원에 공탁서를 접수한 것”이라며 “피해자들의 피해회복을 위해 금전적 배상이라도 하고자 공탁을 진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기습공탁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어떤 일이 있더라도 공탁금을 회수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서를 법원에 이미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법원행정처 공탁금 철회(회수) 현황에 따르면 2022년 공탁금 철회 금액은 2조335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2조1007억원을 보였다. 이는 전체 공탁금 9조8487억원의 21.3%에 달하는 금액이다. 올해에도 지난 8월까지 5조7293억원의 공탁금이 납부됐다가 이 중 1조3758억원이 철회됐다.

한편 국회는 지난 9월 26일 기습·먹튀 공탁을 막기 위해 형사소송법·공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내년 1월 17일부터 시행된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