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검찰 명운 걸린 ‘명태균 수사’

2024-11-15 13:00:02 게재

‘명태균 의혹’의 파장이 일파만파다. 지난 2022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에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통화 육성이 공개되며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혐의는 더욱 짙어졌다. 지난 대선과정에서의 여론조사 조작 의혹과 관련해선 국민의힘 대선 후보 바꿔치기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여기에 윤 대통령의 해외순방 일정과 대통령실 이전, 창원국가산업단지 선정 등 주요 국정에 명씨가 관여한 의혹이 더해지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제2의 최순실’ ‘제2의 국정농단’이라는 얘기마저 나온다.

김건희 여사 잇단 불기소로 검찰 신뢰 추락

국민의 이목은 이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로 쏠린다. 심우정 검찰총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명씨 사건과 관련해 “수사로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수사 의지를 강조한 것인데 솔직히 믿음이 가지 않는다.

경남도 선거관리위원회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으로부터 명씨에게 수십 차례에 걸쳐 9000여만원이 건네진 것을 수상히 여겨 검찰에 고발·수사의뢰한 건 지난해 12월이다. 그러나 창원지검은 이 사건을 소속 검사 없이 수사관만 있는 수사과에 배당했다가 지난 9월에서야 형사4부로 옮기고 명씨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며 수사를 본격화했다. 명씨 관련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할 때까지 9개월 가량 사건을 방치한 셈이다.

검찰은 이 사건을 창원지검 검사 5명에게 맡겼다가 지난달 2명, 이달 6일 4명의 검사를 파견해 수사팀을 보강했다. 윤 대통령 부부의 의혹을 수사하는 검사 수가 윤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 사건 수사팀에도 못 미친다는 비판이 쏟아진 후의 일이다. 이러니 ‘늑장수사’ ‘뒷북수사’라는 비판을 받는다.

법조계에선 이 정도로 국민적 의혹이 집중된 사건이라면 서울중앙지검이 수사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때마침 서울중앙지검엔 공천개입 의혹으로 윤 대통령 부부를 고발한 사건이 접수돼 검토가 이뤄져왔다. 하지만 검찰은 주요 사건 관계자가 창원 지역에 있다는 이유 등으로 사건을 중앙지검으로 이송하지 않았다. 대신 중앙지검 사건을 창원으로 보냈다.

중앙지검에서 사건을 통합해 수사하면 주목도가 커질 수밖에 없어 부담스러웠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검찰이 권력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뒤늦게 명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해 법원에서 발부받았지만 윤 대통령 부부와 관련한 자세한 사실관계는 영장에 담지 않았다. ‘부실 수사’ ‘꼬리자르기 수사’ 우려가 가시지 않는 이유다.

그렇지 않아도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사건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해 잇따라 불기소 처분하면서 검찰에 대한 국민 신뢰는 땅에 떨어진 상태다. 김 여사가 최재영 목사로부터 300만원 상당의 디올백을 건네받는 장면이 생생하게 중계됐는데도 검찰은 김 여사에게 면죄부를 줘 이 모습을 지켜본 국민들을 허탈하게 했다. 무혐의 처분한 근거도 납득하기 어렵다. 검찰은 윤 대통령 직무와의 연관성을 인정하지 않았고 대가성이 없다고 봤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불기소 처분은 더 수긍이 가질 않는다. 법원에서도 김 여사의 계좌가 대거 주가조작에 활용된 사실이 인정되는 등 숱한 정황이 나왔는데도 검찰은 시세조종범과 김 여사의 진술을 토대로 ‘김 여사는 주가조작 사실을 몰랐다’고 판단했다. 모든 증거가 명백히 드러나는 경우가 드물고 공범들의 진술을 받아내기 어려운 주가조작 사건 특성상 객관적인 자료와 합리적 추론을 통해 기소하던 기존 검찰 모습과는 너무나 달랐다.

‘살아있는 권력 수사’로 존재이유 보여야

국민의 60~70%가 ‘김건희특검법’에 찬성한다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검찰 신뢰가 얼마나 추락했는지 보여준다. 정권이 바뀌면 검찰개혁 수준이 아니라 아예 폐지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검찰이 살아남기 위해선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제대로 수사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길밖에 없다. ‘명태균 의혹’ 수사는 검찰의 존재이유를 보여줄 기회다. 이번에도 권력의 눈치를 살피며 봐주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인다면 검찰 폐지론에 더욱 힘이 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선우 기획특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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