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폐지 민주당, 상법개정안 당론 채택

2024-11-15 13:00:08 게재

‘이사 충실의무 대상, 전체 주주로 확대’ 등

달라진 대법원, “입법 취지 공감” 의견 제출

경제 8단체 “소송 남발·투기자본 공격 우려”

더불어민주당이 이사들의 충실의무 대상을 전체 주주로 확대하는 방안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여당과 대기업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고 ‘주식시장 생태계 건전화’를 먼저 추진하겠다는 계획이 실현되려면 정부와 여당을 설득해야 한다. 정부와 여당의 반대를 꺾지 못하면 민주당 주도로 만든 금융투자소득세 과세는 폐기하고선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은 손도 못대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봉착하게 된다.

15일 민주당의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TF 단장인 오기형 민주당 의원은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민주당 내부의 상법개정안 조율은 99% 이뤄졌다고 봐야 한다”면서 ‘민주당의 부스트업 5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이 과제들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전체 주주로 확대 △최대주주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이사 선임 의무화 △감사위원인 이사의 분리선출 단계적 확대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상장사 등 대기업의 집중투표제 활성화 △상장회사 전자투표·위임장 도입 의무화 및 권고적 주주제안 허용 등이다.

오 의원은 국회 예산결산특위에서 삼성물산 불법합병, 고려아연 유상증자 논란, 두산그룹 포괄적 주식교환 등을 제시하며 “지배주주 이익을 위해 일반 주주가 피해를 감당하는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현행 상법상 주식가치를 훼손한 의사결정에 참여한 이사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며 “상법 개정이 꼭 필요한 이유”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기업밸류업 지원방안’에 ‘소액주주 권익보호를 위한 상법 개정’과 함께 일반 주주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주주가치 기업경영 확립방안’이 들어 있음을 확인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 1월 2일 증권 파생상품 시장 개장식에서 “소액 주주의 이익 제고를 위한 상법 개정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4월 5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주주들이 공정한 대우를 받아야 된다는 것은 꼭 윤석열정부의 문제가 아니라 자유시장 경제를 운용하는 정상적인 나라에서 반드시 지켜줘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6월 14일 브리핑에서 “이사 충실 의무 대상이 주주로 확대되어야 한다는 금융감독원의 입장은 명확하다”고 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박주민 의원실에 보낸 상법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긍정적’으로 제시했다.

대법원은 “(상법 개정안은) 자본거래 과정에서 이사의 행위로 회사에는 영향이 없으나 주주 사이에서 부의 이전을 가져오는 경우, 전체 주주의 이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이사에게 주주에 대한 보호의무를 부과하는 취지로 입법 취지에 공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는 이사가 직접 주주에 대해 충실의무를 부담한다고 인정하고 있고 영국 독일 일본도 주주 개인의 이익이 침해되면 경우에 따라 이사에 대한 주주의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고 했다.

이는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지난 21대 국회에서 “충실의무 대상에 총주주를 추가하는 건 대법원 판례를 통해 오랜 기간 인정돼 온 법인격 독립론에 반한다”고 한 것에서 크게 달라진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예상대로 기업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경제 8단체는 곧바로 입장문을 내고 “섣부른 상법 개정은 이사에 대한 소송 남발을 초래하고, 해외 투기 자본의 경영권 공격 수단으로 악용되어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크게 훼손시키는 ‘해외 투기자본 먹튀 조장법’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며 “소송 리스크에 따른 이사의 의사 결정 지연은 기업의 신산업 진출을 가로막고 선량한 투자자에게 피해를 끼치고, 국부를 유출시켜 국민과 우리 경제에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 명백하다”고 했다.

민주당은 결국 ‘여론전’으로 밀어붙일 계획이다. 여론을 등에 업고 재계와 여당의 반발에 맞서면서 ‘배임죄 폐지’ 등 기업들의 소송 남발 우려를 잠재우는 방안도 논의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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