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 정보’ 유출한 경찰관 집유
1·2심 모두 유죄 … “수사정보 누설 해당”
대법, 상고 기각 … 징역 10월에 집유 2년
건설노조 간부에게 압수수색 정보를 알려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찰관에 대해 대법원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확정했다.
대법원 1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대구경찰청 소속 정보관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3월 전국건설산업노조 대구경북본부 간부 B씨에게 건설 현장 불법행위 수사 관련 압수수색 계획, 수사 대상자 등의 정보를 알려준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2023년 3월 13일 자신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전국건설산업노조 대구경북본부 간부 B씨에게 전화를 걸어 “이번 주부터 아마 압수수색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하는 등, 경찰공무원으로서 직무상 비밀인 수사 관련 정보를 누설한 혐의를 받았다. A씨가 누설한 정보에는 △압수수색 절차 개시 △수사 대상자 △수사 대상 범죄 행위 △피해 업체의 숫자 등이 포함됐다.
대구경찰청은 A씨가 B씨에게 알려준 수사정보와 동일한 날짜에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혐의를 인정해 A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수사의 목적을 방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를 누설한 것에 해당해 경찰 직무의 공정성을 해하고, 경찰관의 공정한 법 집행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한 범죄로서 피고인의 죄책이 무겁다”고 지적했다.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이 추측한 내용을 말한 것으로 ‘직무상 취득한 비밀’이 아니라는 A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은 형량을 일부 감형해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제공한 정보는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고 그 누설에 의해 범죄 수사라는 국가의 기능이 위협받을 수 있는 경찰 내부의 비밀에 해당하며,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미 원심이 선고한 형 중 상당 부분에 해당하는 7개월 이상 구금 생활을 하고 있고, 또 20년 넘게 경찰공무원으로서 직무를 수행하며 다수의 포상을 받는 등 성실하게 근무해 온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 범행과 관련해 별다른 이익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