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팀장이 수차례 수사 무마 시도
전 서초서 팀장 유죄 판결문 확인
1심 선고 따라 추가 감찰 전망도
수사 무마·알선 청탁을 받고 수천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는 서울 서초경찰서 전 수사팀장이 여러 차례 수사 무마를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자체 조사에서 이 시도가 성공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18일 내일신문이 확인한 서초서 권 모 전 경제수사팀장(경감) 1심 판결문에 따르면 권씨는 최소 3차례 이상 수사 무마를 시도했다.
앞서 권 경감은 지난 7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뇌물수수와 제3자뇌물취득 혐의로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징역 3년에 벌금 5400만원, 추징금 2800만원을 선고받았다.
권 경감은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사채업자 홍 모씨와 사건브로커 전직 경찰 김 모씨로부터 서초서와 강남서에서 진행 중인 관련 사건 수사를 잘 처리해달라거나 담당자를 알선해달라는 명목으로 6차례에 걸쳐 3021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80대인 홍씨는 상장사를 상대로 기업 인수·합병 등에 필요한 자금을 빌려주는 사채업자로 알려졌다.
당시 홍씨와 관련된 사건은 공갈 고소, 횡령 고발, 투자금 사기 고소 등 4건 이상으로 두 경찰서에서 수사 중이었다.
판결문에 의하면 서초서 한 수사관은 “사건을 배당받자 권 경감이 ‘위 사건은 고소인과 피고소인이 서로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 피고소인이 혐의를 다 인정하고 있으니 수사를 빨리 끝내 달라’는 부탁를 했다”고 진술했다. 또 경찰서 1층 커피숍에서 불송치 결정을 권유하는 취지로 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이 수사관은 권 경감 알선에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권 경감은 재판에서 또다른 사건의 담당 수사관에게 돈을 주려했지만 그가 돈을 받지 않았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웰브릿지자산운용이 홍씨를 횡령 혐의로 고발한 사건에서는 홍씨가 불송치 결정되기 전날 홍씨측 변호인과 권 경감, 강남서 한 수사팀장이 실시간으로 수차례 통화한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재판부는 “권 경감이 조사 일정 등 수사 정보를 홍씨에게 생중계하듯이 유출했다”며 “웰브릿지자산운용 고발 사건은 홍씨에 대한 피고발인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는 등 부실하게 수사가 진행된 끝에 지난해 12월 29일 불송치 종결됐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경찰은 “횡령사건의 경우 돈이 들어온 게 확인됐고, 입증 자료도 제출해 불송치 결정됐다”며 “사건 발생 후 서울경찰청에서 기록을 전부 확인·검토해 기록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에서도 한번 조사한 후 추가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울청 관계자는 “당시 수사부서에서 원칙대로 조사를 했고 수사 개입 등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마무리됐다”며 “사건 처리에 부적절한 게 있었는지 판결문을 확인해 보겠다”고 밝혔다.
한편 권 경감과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지난 12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