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업소 건물·토지 몰수 여부 쟁점
2심 “비례 원칙 위배” … 건물만 몰수
대법 “원심 판단 잘못 없다” 상고 기각
성매매 업소로 이용되는 것을 알고 장소를 제공한 건물주의 건물을 몰수한 것은 적법하나 토지까지 몰수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죄질에 비해 토지의 경제적 가치가 커 불이익이 지나치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성매매 알선 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건물만 몰수하고 토지를 제외한 원심 판결이 정당하다며 상고를 기각했다고 18일 밝혔다.
A씨와 B씨는 부부사이로 A씨는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B씨는 A씨가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는 것을 알면서도 본인 소유 건물을 제공하고 성매매 알선을 공모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 측은 본인 소유의 건물을 성매매 장소로 제공한 것은 맞지만, 성매매 업소 운영에는 관여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1년 및 3300만원 상당의 추징을 선고하고, B씨에게는 징역 1년 6월과 3300만원 상당의 추징 및 이 사건 토지와 건물을 몰수하는 명령을 내렸다.
범죄수익은닉규제법과 성매매처벌법은 성매매 영업에 제공된 토지와 건물도 범죄수익에 해당한다고 보고 몰수할 수 있도록 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B씨)은 과거 성매매 업소를 운영했다는 사실로 처벌받은 적이 있고, 이후에도 성매매 업소 운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으며 건물의 위치나 구조 등에 비춰볼 때 이 사건 건물을 단순 거주용으로 사용하기는 어려워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은 이 사건 건물이 성매매에 제공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묵인한 채 제공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공소사실을 유죄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성매매 업소 운영기간, 성매매 대금 등에 비춰볼 때 피고인들이 얻은 이익이 적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성매매 알선 행위는 성을 상품화하고 건전한 성문화 및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범행으로 사회적 해악이 큰 점 등에 비춰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피고인들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B씨 측은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고, 이 사건 토지와 건물을 전부 몰수하는 것은 비례의 원칙에 반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2심 재판부는 1심 형량을 유지했지만, B씨의 부동산 몰수 처분을 취소했다. 이어 토지 대신 건물만 몰수하도록 했다.
2심 재판부는 “토지까지 몰수하는 것은 비례원칙에 반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사건 건물이 위치한 지역 일대가 재개발사업을 추진 중이긴 하나 사업이 완료될 때까지 장기간 소요될 것으로 보이며 그때까지 이 사건 건물이 성매매 업소로 제공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건물 몰수 부분에 대한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어 “다만 이 사건 토지는 성매매에 이용된다는 사실을 알면서 제공된 건물과 별개의 부동산으로, 건물을 몰수하는 이상 이 사건 토지를 몰수하지 않더라도 피고인이 다시 이 사건 토지에서 동종범죄를 실행할 위험성은 없어 보인다”며 토지 몰수 명령 부분을 취소했다. 2심 재판부는 또 “토지는 건물과 별개의 부동산”이라며 “토지는 재개발이 본격 진행될 경우 건물에 비해 실질적 경제적 가치가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건물을 몰수하는 이상 그 대지인 토지를 몰수하지 않더라도 동종 범죄를 실행할 위험성은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