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행정 대격돌, 사법부로 번지나…민주당 동시 전투
퇴로 없는 민주당, 이재명 중형 선고에 ‘사법부’ 맹공
“‘판사 주제에’ ‘판사 탄핵’ 언급에 사법부 감정 선고”
김건희·검찰·재판부 동시 타격에 ‘방탄 논란’까지 가중
25일 선고 관심 … “중형 나오면 민주당 어려운 싸움”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정부에서 사법부로 전선을 확대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한 징역형 유죄 판결을 놓고 사법부 공격에 나선 것이다. 행정부에 사법부까지 전선을 펼쳐놓은 민주당 앞에는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재판에 대한 1심 선고가 기다리고 있다. 입법부를 쥐고 있는 민주당이 행정부에 이어 사법부와의 관계도 극단적 대립구도로 만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 15일 허위사실 공표 혐의와 관련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민주당은 재판부의 오판이라며 강력 비난했다.
18일 민주당 모 중진의원은 “허위사실 공표를 이유로 실형을 선고한 재판결과는 극히 감정적이라고 본다”며 “민주당이 ‘판사주제에’라거나 ‘판사 탄핵’을 공공연히 말했는데 그게 입법부의 권한이라고 하더라도 사법부 감정선을 흔들었을 것으로 보고 판사 개인이 아닌 사법부 차원에서 판결이 나왔다고 보는 게 맞다”고 했다. 이어 “입법부는 절대과반 의석을 갖고 입법 독주 등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으로 했고 행정부도 고시 등을 활용해 행정부에게 주어진 권한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치로 대치했다”면서 “사법부 역시 재판이라는 자신들이 쓸 수 있는 권한을 활용해 최대치로 맞붙은 모습”이라고 해석했다. 입법부-행정부-사법부가 자신들에게 법적으로 부여된 권한을 갖고 극단적 대척점에 섰다는 분석이다.
친이재명계 모 중진의원 역시 “문재인정부에서 사법개혁을 내세워 대법원장을 구속하는 등의 모습과 22대 국회 법사위를 운영하면서 절차적 민주주의에 대한 훼손이나 붕괴 위험이 커진 점 등이 이번 선고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민주당정부가 다시 들어서면 사법부의 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고 했다.
민주당은 지도부의 선 긋기와 달리 사법부를 상대로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갈 전망이다. 김윤덕 사무총장은 “앞으로 당 차원에서 대책을 세워 법적 대응하겠다”며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재판에서) 유죄가 될 경우 당에서 선거보조금을 반환해야 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당 차원에서 구체적인 변호인단을 구성하거나 당에 있는 율사 출신 의원들이 법률위원회와 함께 활동을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다만 “당에서 일관되게 생각하는 건 사실과 법적 근거에 기초해서 법적 논쟁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일부 과격한 발언들과 당 입장을 혼동하거나 섞어서 인식하는 것을 절대 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하지만 이미 당 지도부 인사 등이 앞다퉈 공개적 사법부를 비판하고 비난하고 있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이재명을 죽여야겠다고 작심한 판결”이라며 “유무죄에 있어서는 합리성을 잃었고 양형에 있어서는 감정을 드러냈다”고 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표에 대한 1심 재판부의 판결은 누가 봐도 명백한 사법살인”이라며 “실제 발언을 왜곡 짜집기한 것을 유죄로 인정한 판결은 전제부터 틀렸고 심지어 헌법재판소 판결과 대법원 판례마저 무시한 판결”이라면서 “법적 안정성과 신뢰성이 크게 훼손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 1야당 대표와 배우자가 2년 넘게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는데 왜 김 여사에 대한 수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심지어 기소조차 되지 않았는가”라고 했다.
현재의 사법부 태도라면 25일 위증교사 의혹 1심 선고 역시 허위사실 공표 의혹 선고와 크게 다르지 않은 중형이 나올 것으로 보는 시각이 민주당 내부에서는 적지 않다. 이 대표는 2018년 12월 고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였던 김진성씨에게 전화해 ‘검사 사칭 사건’과 관련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 재판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위증해달라고 요구한 혐의로 기소돼 있다.
앞의 한 중진의원은 “민주당은 재판결과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김건희 여사 등에 대한 수사와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 판결의 상대성을 제기하겠지만 이게 국민들에게 어느 정도나 설득력이 있을지 모르겠다. 방탄 논란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며 “하지만 민주당은 뒤로 물러설 수 없고 물러선다고 하더라도 보장받을 수 있는 게 없는 만큼 현재로서는 끝까지 가는 방법 이외엔 생각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민주당의 퇴로는 사라진 지 오래’라는 얘기다. 그러면서 “25일 두 번째 재판 결과마저 중형으로 나온다면 민주당은 상당히 어려운 싸움을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