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마다 대학 한곳…강의실은 주민센터
은평구 이색 평생학습 ‘1동1대학’
목표는 ‘집에서 5분 이내 배움터’
“녹번초등학교 5학년과 6학년 학생들이 두달간 쓰레기를 얼마나 줄였을까요? 5학년은 50%, 6학년은 60%였습니다. 본인들도 놀랐데요.” “교수들이 얘기해요. ‘어영부영 해서는 안되겠다’ ‘자칫하면 망신 당한다’고요. 우리 주민들이 수업준비를 많이 해오거든요.”
서울 은평구 녹번동 은평구청 대강당 ‘은평홀’. 객석을 가득 메운 주민 300여명 앞에 선 김미경 구청장이 한껏 신난 표정으로 동네별 자랑을 이어간다. 올 한해 16개 동마다 진행했던 이색 평생학습 ‘1동 1대학’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다. 김 구청장과 함께 주민들도 연신 “뿌듯하다” “벅차다” “감격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19일 은평구에 따르면 은평구평생학습관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1동 1대학’에 대한 주민들 호응이 크다. 지난해 동별로 각 대학과 협약을 맺고 올해 본격적인 사업을 추진했는데 총 25개 강좌에 776명이 신청했다. 한해 진행한 교육만 5558회에 달한다.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 ‘모든 국민에게 평생교육 기회를 부여하여야 한다’는 헌법에 명시된 지자체 책임을 다하려면 주민들을 위한 교육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주민들도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고 싶다며 꾸준히 요청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지역 내에는 대학이 한곳뿐이라 외부로 눈을 돌렸다. 구는 “캠퍼스가 부족하다면 대학 강좌를 지역으로 유치하자고 판단했다”며 “각 동 주민자치회가 대학과 연계해 주민들 관심분야를 특화사업으로 추진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동네에 필요한 분야와 연계할 대학 역시 주민들이 직접 결정했다.
지난해 전국 최초 탄소중립 시범거리를 선포한 녹번동은 서울대 환경대학원과 손잡고 어린이 식물해설사를 양성하고 쓰레기 줄이기에 도전하고 있다. 저층 주거지가 많은 역촌동은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와 함께 사회가치경영(ESG)과 복지를 연계했다. 장 담그기 사업을 하고 있던 응암3동은 경기대 평생교육원의 전문성을 더해 심화·발전된 전통 발효 기법을 도입했다. 청소년 인구가 많은 수색동은 가까운 항공대와 함께 조종사 체험 등 새로운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걸 택했다.
동주민센터 등 주민들에게 가깝고 친근한 공간이 곧 강의실이다. 스스로 구상하고 최고 교육기관인 대학자원을 활용한 수준 높은 강의가 더해지니 주민들 만족도는 높을 수밖에 없다. 홍상만 역촌동 주민자치회장은 “주민들이 함께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배운 걸 지역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은미 신사2동 주민자치회장은 “100세시대 노년기에 접어드는 시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성균관대와 함께 ‘인생2막 꿈을 펼치다’ 강좌를 준비했는데 다들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며 “지난 인생을 반추하면서 앞으로의 삶을 고민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대학 역시 다양한 이론을 시험할 새로운 현장을 반긴다. 실제 1동 1대학에 참여하고 싶다는 대학들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은평구는 사업이 안정되면 1동 2대학, 1동 3대학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1동 1대학 사업은 지역사회 발전과 대학의 교육적 가치 증진을 동시에 추구한다”며 “1동 2·3대학을 넘어 궁극적으로는 집에서 5분 이내 배움터를 목표로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