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0조원씩 투입…세부내역 ‘깜깜이’ 컨트롤타워 ‘부재’

2024-11-19 13:00:36 게재

예산편성부터 규모·사업 관리 안 해 국회 심사·사후 평가 어려워

대규모 예산 확보에 사용목적 다른 고용기금·지방재정교부금 의존

5세 무상교육 등 미반영 예산·법률안 미제출 사업 등 곳곳 ‘구멍’

정부조직법 계류, 저출산위·인구전략기획부 운영 예산 편성 안해

합계출산율이 0.7명까지 하락한 가운데 정부가 매년 50조원 수준의 저출생 예산을 쏟아 부으면서도 제대로 성과 평가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데다 심지어는 예산편성이나 심사때 총규모와 함께 세부 내역조차 공개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체 예산을 확보하지 않고 고용기금과 지방재정교부금 등으로 메우는가 하면 정부가 공언한 사업인 5세 무상교육 등은 내년 예산안에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면서 저출생 대응 사업을 추진할 인구전략기획부 설립도 오리무중 상태로 컨트롤타워 부재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저출생 극복 머리 맞댄 여야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오른쪽)와 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10월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초저출생 예산,관련 공동토론회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국회예산정책처는 “정부는 2025년 예산안에 포함된 사업 중 저출생 대응을 위한 예산의 전체 규모를 관리하지 않고 저출생 대응을 위한 주요 예산사업만 관리하고 있다”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매년 발표하는 저출생 대응 예산은 2023년 기준으로 47조원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정부가 발표한 내년 저출생 대응 주요예산은 저출산 고령사회 시행계획에 따라 발표하는 (포괄적 저출생 대응)예산의 일부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 각 부처 사업 모아 총액만 발표 = 저출생 대응 예산안도 주먹구구식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저출생 대응 예산은 2006년 2조1000억원에서 2021년에는 47조2000억원, 2022년에 50조6000억원으로 최고점을 찍고는 2023년엔 47조원으로 줄었다. 올해 저출생 예산 규모는 비공식적으로는 49조원 수준으로 보고됐지만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다.

반면 육아 휴직 급여 인상, 육아휴직 업무분담지원금 신설, 아이 돌봄 지원 확대, 국가장학금 확대, 신생아 주택금융 융자 확대 등 내년 저출생 대응 ‘주요’ 사업 예산과 관련해 정부가 제시한 내년 예산 규모는 19조7000억원이다. 올해 16조1000억원에서 23.0%인 3조6000억원이 늘어난 규모다. 하지만 이는 기획재정부가 중점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저출생 대응 주요사업일 뿐이다. 정부가 매년 발표하고 있는 저출생 대응 예산 규모는 예산안이 국회에서 확정된 이후 부처별에서 취합한 것으로 예산안 편성단계에서는 별도로 분류돼 관리되고 있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인구전략기획부 신설 관련 법안 통과 지연 및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시행계획 미수립 등”을 ‘관리 부실’ 이유로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구체적인 사업과 예산에 대한 별도 관리가 안 됨에 따라 국회 심사와 함께 사후 성과 평가도 사실상 제대로 이어지지 않은 ‘예산심사 부실’로 이어졌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내년 예산안에서 저출생 대응에 투입되는 예산의 전체 규모, 분야별 투입 규모 등을 확인하기 어렵고 2025년 예산안과 정부의 기존 저출생 대응 정책과의 차이, 중점적 대응 분야,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에 제시된 과제의 예산 반영 현황 등을 분석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저출생 관련 예산 배분의 효율성이 저하되고 성과 환류가 미흡할 우려가 있으므로 저출생 대응 예산 편성 및 관리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정부는 예산 편성 당시부터 저출생 대응 예산 규모를 제시하도록 저출생 대응 예산 편성·관리체계를 개선하고 국회에서도 저출생 대응 예산 규모의 적정성, 향후 예산 투입 계획 등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모성보호육아지원을 고용보험으로? = 저출생 예산이 별도의 재원 마련 없이 고용보험기금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메워지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정부가 발표한 저출산 대응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내년에도 많은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부는 별도의 재원 마련 대신 모성보호육아지원 사업은 고용보험기금을, 국가 책임 교육·돌봄 강화정책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활용해 추가 재정소요를 충당하고 있다”며 “근로자와 사업자가 납부하는 고용보험료로 운영되는 고용보험기금의 재정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국가 책임 교육·돌봄 강화를 위한 추가재정소요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부담하는 것에 대한 시·도교육청과의 명시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등 정부는 안정적인 재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준비 안 된 저출생 대책 = 정부가 발표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에서 제시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급여의 대상자녀 연령 확대, 5세 무상교육 실시, 교사 대 영유아비율의 점진적 개선 관련 재정소요가 내년 예산안이 반영되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또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의 151개 과제 중 법률개정이 필요하지만 아직 개정되지 않은 게 11개에 달하고 심지어 단기 육아휴직 도입 등 3개 과제와 관련한 법안은 제출되지도 않은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컨트롤타워 부재’도 논란이다.

정부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폐지하고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하겠다고 하면서 지난 7월 발의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자 아예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뿐만 아니라 인구전략기획부의 조직 운영 예산도 편성하지 않았다.

정부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사무처 지원 예산을 편성하지 않게 되면 내년 저출생 대응을 위한 정부의 정책 홍보, 인구정책 평가 등을 위한 예산 규모와 추진방향을 국회 심의 단계에서 알기 어렵게 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정부는 저출산 대응 총괄을 위해 신설 예정인 ‘인구전략기획부’의 예산·조직규모, 인구정책의 수립·총괄·조정·평가 등에 대한 권한의 범위와 향후 부처간 역할 분담 등을 구체화해 법률안과 2025년 예산안 심사에 대하여 국회에서 심도있는 논의가 가능하도록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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