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억대 전세사기’ 50대, 징역 15년

2024-11-20 13:00:10 게재

1·2심, 검찰 징역13년 구형보다 높은 징역15년 선고

“피해자 엄벌 요구, 중형 불가피” … 대법, 상고기각

양형위, 강화된 사기 범죄 양형기준 내년 3월 확정

부산에서 180억원대 전세 사기를 벌인 혐의로 기소된 50대 집주인에 대해 대법원이 징역 15년형을 확정했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20일 오전 사기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20년부터 3년 동안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수영구 오피스텔을 포함해 9개 건물에서 임대사업을 하면서 229명에게 전세보증금 180억원을 받은 뒤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당초 피해자 대책위원회 주도로 진행되던 이 소송은 피해자 210명, 전세보증금 160억원 규모로 알려졌으나, 대책위와 별개로 소송을 진행하던 피해자들까지 합쳐지면서 피해자 수가 더 늘어나게 됐다.

1심 재판부는 범죄 중대성과 사회적 해악, 회복되지 않은 피해자 고통 등을 고려해 검찰이 구형한 징역 13년보다 높은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 복구를 위한 실질적인 조처를 하지 않았고, 피해자들은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한 재산상 손해와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며 엄벌을 거듭 탄원하고 있어 중형이 불가피하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부동산 정책 변화로 인한 각종 규제·금리 인상 등으로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부동산 경기나 이자율 등 경제 사정은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하고 변동할 수 있어 임대인은 최악의 상황을 고려하고 대비해야 한다”면서 “이 사건의 주된 책임은 자기 능력으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임대사업을 벌인 피고인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2심 재판부도 “피고인은 1심 형량이 무겁다며 항소했지만, 양형을 변경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며 1심 형량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결에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해 징역 15년을 확정했다.

이와 관련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서민들이 많은 피해를 입고 있는 사기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보험사기, 보이스피싱, 코인·다단계 사기, 부동산 사기 등 서민을 대상으로 한 사기 범죄가 끊이지 않아 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300억원 이상 사기범이나 5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의 조직적 사기범의 경우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가 가능하도록 양형기준이 상향된다. 또 보험사기의 경우 갈수록 조직화·대형화 되고 있어 보험 등 전문직 종사자가 범행을 저지르면 형을 가중하도록 양형기준 수정안을 지난 8월 심의해 새롭게 만들었다. 양형위는 이후 공청회와 관계기관 의견 조회 등을 거쳐 내년 3월 각 양형 기준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기존 사기죄 형량의 경우 피해자별 피해액이 5억원이 넘을 경우 가중처벌 대상이 된다. 특경법상 사기에 따른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일 때 무기징역까지 선고가 가능하지만,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상 손해액이 5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 범죄에 기본 5~8년을 선고하게 돼 있다.

한편 부산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는 A씨의 상고심 선고를 하루 앞둔 1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피고인 상고를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피고인은 재판이 시작될 때부터 반성문을 제출했지만, 피해자들에게는 사과는커녕 피해 구제를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판결은 전세 사기 피해와 관련한 첫 번째 대법원판결이라 의미가 크다”며 “큰돈을 잃고 평생 빚더미에 살아야 하는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일상을 회복하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재판부가 최씨 상고를 기각해달라”고 촉구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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