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심의위원 명단 공개해야”
1·2심 “비공개정보 대상 아냐”
대법, 심리불속행 기각 … 확정
경찰이 외부 전문가들로부터 기소 여부 등 수사 적정성을 심의하는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 명단을 공익 차원에서 공개하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앞으로 경찰은 물론 검찰의 수심위 명단도 공개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A씨가 강원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지난 14일 확정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형사사건을 제외한 상고심에서 원심판결에 위법 등 특정 사유가 없으면 본안 심리를 하지 않고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는 제도다.
A씨는 2022년 3월부터 7월까지 강원경찰청을 상대로 자신이 고소한 사건과 관련해 열린 수사심의위원회의 명단 등을 공개하라며 여러 차례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강원경찰청은 A씨의 청구에 대해 “수심위 관련 자료가 공개될 경우 공정한 업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고, 사생활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거부했다.
이에 A씨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경찰이 수심위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수심위 명단이 공개될 경우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 보호, 업무의 공정한 수행 등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경찰의 정보공개를 거부한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했다.
2심 재판부는 “명단의 공개는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심의 절차의 투명성, 공공성 및 정당성 확보라는 공익적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보이고, 이는 공무원 신분이 아닌 외부 위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명단이 심의 결과서 등 다른 정보들과 함께 공개되더라도 심의 과정에서 누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까지 구체적으로 파악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정보공개법이 규정하는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판결을 확정했다.
이는 수사기관의 수심위 명단 공개에 대한 첫 대법원 판단이다. 대법원이 심리 불속행 기각으로 사건을 마무리하면서 판례로 정립되진 않았지만 향후 하급심 판단에 영향을 미치게 됐다.
대법원 판단이 나옴에 따라 수사기관에서 소집하는 수심위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과 경찰 등에서 열리는 수심위는 결과만 공개하고, 위원 명단과 회의록 등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