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왕으로 악명 높은 이금열 다원그룹 회장이 서울시 고액체납자 명단 1위에 올랐다. 다단계업체 제이유는 누적 체납액이 222억원에 달했다.

서울시는 20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고액·상습체납자 명단을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체납자는 지방세 체납액이 1000만원 이상인 상태로 1년이 지난 개인 또는 법인이다. 모두 1만2686명의 이름 상호(법인명) 나이 주소(영업소) 체납액이 공개됐다. 명단공개자는 기존 공개인원 1만1087명(체납액 1조3230억원)과 신규 공개인원 1599명(체납액 888억원)을 합한 것이다.

신규 명단공개자 1599명 가운데 개인은 1183명(체납액 620억원), 법인은 416개 업체(268억원)이며 평균 체납액은 5600만원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50대가 336명(28.4%)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60대 328명(27.7%), 70대 이상 247명(20.9%)로 나타났다.

신규 공개자 중 1위에 등극한 이금열씨는 재개발·재건축 업계에서 철거왕으로 악명을 떨친 건설업자다. 1990년~2000년대 전국에서 철거용역을 수주해 많은 불법행위를 저지르다 1000억원대 횡령, 배임 등으로 5년간 복역했다. 1997년 다원그룹을 세워 철거업계 대부로 성장했고 중견 지역건설사인 청구건설까지 인수했지만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2022년 광주 학동 재개발구역에서 철거 중이던 건물이 붕괴된 사건에도 이금열 회장 회사가 연관돼 있다. 부실공사로 인해 무너진 건물이 버스정류장을 덮쳐 9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는데 이 건물의 철거를 맡은 시공사가 HDC현대산업개발의 하청업체인 한솔기업과 이면계약을 맺은 다원이앤씨다.

◆체납세 징수 위해 민사소송도 =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공개는 지방세 징수법 제11조에 따른 조치다. 공개대상은 체납 발생일로부터 1년이 지났고 지방세 체납액이 1000만원 이상인 체납자들이다. 이름 상호(법인명) 나이 직업 주소 체납요지를 모두 공개할 수 있다.

체납액의 50% 이상을 납부했거나 이의신청 등 불복청구 중에 있는 경우는 공개에서 제외된다. 회생계획에 따라 체납액이 징수유예 중이거나 분할납부 중인 경우도 예외를 둔다.

시는 향후 보다 강도높은 징수활동으로 공정한 세금납부 풍토와 세원 발굴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고의로 납세를 회피하는 고액 체납자에 대해선 명단공개에 그치지 않고 가택수색 및 동산 압류, 출국금지, 검찰고발, 관허사업 제한 등 제재와 추적을 이어갈 방침이다. 또 관세청에 체납처분을 위탁해 체납자가 해외여행 중 구매한 고가 명품을 압류하고 해외직구로 산 수입품 등은 통관을 보류하는 등 다각도로 징수활동에 나선다.

죄질이 나쁜 체납자에 대해선 민사소송도 추진한다. 소송제기를 통한 체납세 징수가 목적이지만 필요한 경우 본소송도 불사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그간 다양한 징수 기법을 발굴해 체납세를 받아냈다. 인터넷 도메인, 법원공탁금, 은행 대여금고, 정원 수목 및 수석 압류 등이 모두 서울시 38세금징수과가 최초로 시도한 기법들이다. 2021년에는 가상화폐에 대한 압류조치를 처음 시행하기도 했다.

김진만 서울시 재무국장은 “악의적으로 재산을 숨기거나 호화생활을 영위하는 비양심 고액·상습 체납자에 대해서는 강력한 행정처분을 시행할 것”이라며 “가택수색, 공매 등 체납처분을 실시해 조세 정의를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