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증액 포기하고 준예산 갈수도

2024-11-20 13:00:24 게재

연말까지 합의 안되면 예산 동결 … 특검법 등 정국 변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가 본격화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준예산 가능성’을 들고 나왔다. 당 일각에선 지역구 예산 증액을 포기한 ‘감액 수정안’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예산안을 놓고 정부여당에 대한 최고조의 압박에 나서겠다는 뜻인데, 대통령의 시정연설 불참으로 시작한 예산정국이 갈수록 꼬이는 모양새다.

19일 오후 내년도 예산을 심의 중인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회의실 앞 복도에 부처 공무원들의 출입을 제한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4.11.19 utzza@yna.co.kr (끝)

25일 이재명 대표의 재판과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 등도 야당의 대여공세 강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9일 내년 예산안 심사와 관련해 “시한에 얽매이지 않고 불필요한 예산 감액을 과감하게 진행할 것”이라면서 “준예산 상황을 아직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지만,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여당이 협조하지 않는다면 예산안 처리의 법정 시한(12월 2일)이나 준예산 적용 시점(12월 31일)에 연연하지 않고 예산심사권을 행사하겠다는 압박이다. 준예산이 적용될 경우 최소한의 정부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인건비 등을 동결해 지급하고 새로운 항목의 사업에 대한 지출은 중단된다.

19일 국회 운영위에서 야당 의원들은 대통령비서실·경호처 등의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등을 대폭 삭감을 주장했다. 검찰과 감사원 등 권력기관의 깜깜이 예산을 삭감하고 고교무상교육 국비 지원, 재난 안전, 에너지고속도로, 지역화폐, 저출생 대응 예산 등을 늘리자는 취지다.

여당은 “정부 기능을 마비시키는 것” “이재명 대표의 1심 선고 후 대대적인 분풀이 삭감”이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야당의 대응기조를 바꾸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정부·여당은 초부자 감세와 권력기관 예산을 포기하고, 민생경제예산 확보에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경우에 따라선 정부여당에 대한 압박 성격이 아니라 민주당이 실제 ‘삭감 예산안’으로 밀어붙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22대 국회 임기 초반이라 지역구 예산 증액압박이 심각한 것은 아니다”면서 “여권이 끝까지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면 증액을 포기하고 삭감된 예산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예산업무 경험이 있는 의원·당직자가 대거 늘어나 기획재정부 등 정부를 거치지 않고도 기존 예산안에 대한 수정안을 만들 수 있는 실무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민주당의 선택지를 넓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명환·박준규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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