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고발’ 치닫는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
‘형제측’ 고소·고발에 ‘3자연합’도 고발장 제출
28일 ‘이사회 변경’ 임시주총 앞두고 갈등 격화
경영권을 놓고 불거진 한미약품그룹 일가의 갈등이 오는 28일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격화되고 있다. 한미사이언스의 경영권을 쥔 형제측이 모친 등을 배임과 업무방해 등으로 고소·고발하자 한미약품 이사회를 장악한 모녀측이 맞고발에 나서는 등 갈등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한미약품은 “한미사이언스 임종훈 대표 등 주요 관계자를 무고로 고발하고 한미사이언스가 수개월째 한미약품을 상대로 벌여 온 업무방해, 배임 등 혐의로도 고발장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20일 밝혔다. 한미사이언스가 한미약품 경영진을 잇따라 고소·고발하자 맞고발에 나선 것.
앞서 한미사이언스는 지난 18일 한미약품 박재현 대표 등 경영진을 배임 및 횡령 등 혐의로 고발했고, 지난 주에는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임주현 부회장, 개인 최대 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등을 위계 및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13일에는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이사가 최대 주주인 코리그룹의 한성준 대표가 송 회장과 박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상 배임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한미약품은 이날 배포한 자료에서 “한미사이언스가 자사 임직원을 잇달아 고발하고 있다”며 “이같은 고발은 다가올 임시주총에 영향을 주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이어 “왜곡된 정보로 인해 주주가 영향을 받는 상황이 발생해 처음으로 고발장을 제출하기로 했다”며 “임시주총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속히 수사에 착수해 주실 것을 수사기관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은 임성기 창업주의 사후, 부인 송영숙 회장과 장녀 임주현 부회장이 상속세 문제 해결을 위해 올초 OCI그룹과의 통합을 추진하자 장남인 임종윤 이사와 차남인 임종훈 대표 형제가 반대하면서 촉발됐다. 여기에 임 창업주의 고향 후배로 한미사이언스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회장이 모녀편에 서면서 ‘형제측’과 ‘3자연합’의 구도가 형성됐다.
양측이 고발전에 나선 이유는 28일로 예정된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을 앞두고 명분을 쌓기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3자 연합의 요구로 열리는 이번 임시주총에서는 이사회 정원을 10명에서 11명으로 늘리는 정관변경과 신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을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다뤄질 예정이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5대 4로 형제측 인사가 더 많은데 안건이 모두 통과될 경우 5대 6으로 바뀌어 3자 연합이 주도권을 확보하게 된다. 현재 지분구조는 3자 연합 우호 지분이 33.78%으로 형제측 25.62%보다 많다. 다만 정관변경은 특별 결의 대상으로 출석 의결권의 2/3 이상 찬성이 필요해 통과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양측은 다음달 19일 박 대표의 해임안건을 다루는 한미약품 임시 주주총회에서도 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본홍·김규철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