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공기업이 관할구역 밖에서도 개발사업을 할 수 있게 하는 ‘지방공기업법’ 개정안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자체 간 협의를 거쳐 관할 외 사업권도 부여해 지방공기업 투자를 활성화하자는 취지이지만 전국을 관할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있는데 지방공기업에 관할구역 밖 사업권한까지 주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행정안전부와 경기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20일 ‘지방공기업법’과 ‘지방출자출연법’ 일부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의 골자는 지방공기업이 지자체 간 상호 협의를 거친 경우 관할구역을 벗어나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법안심리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서울과 경기도는 정부 개정안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개정안이 발표되자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서울시는 “지방 지자체와 인구소멸 대응 위해 추진하는 골드시티 등 지방과 서울이 주택정책에 있어서 상생 협력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점에서 환영한다”고 밝혔다. 특히 현재 서울시와 강원도가 협약을 맺고 ‘삼척 골드시티 시범사업’을 추진 중인데 개정안이 통과되면 해당 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SH는 지난해 말 ‘3기 신도시’ 개발사업 참여의사를 밝혀 논란을 빚었는데 개정안이 통과되면 3기 신도시 등 서울 이외 지역의 각종 공공택지사업 참여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 당시 SH는 LH가 주도하는 3기 신도시 사업의 지연을 문제 삼으며 집값 안정을 위해 사업에 참여하겠다고 국토교통부에 건의했다.

반면 경기도는 개정안이 지자체의 자치권을 침해한다는 입장이다. 경기도는 경기주택도시공사(GH)의 검토를 거쳐 “지방공기업의 관할구역 외 사업 추진은 헌법이 보장하는 자치권한 침해 및 설립 목적에 위배된다”는 의견을 정부와 국회에 전달했다.

경기도의회도 ‘지방자치 침해 및 주민의 복리증진을 저해하는 지방공기업법 개정안 추진 반대 건의안’을 냈다.

GH는 개정안에 대해 “도시개발 주택건설 등을 위해 LH가 존재하나 지방공사에게 관할 지역을 벗어난 사업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사무배분 기본원칙에 어긋난다”는 검토의견을 제시했다.

GH는 “토지수용 등 주민 재산권과 관련된 사무는 공공복리를 위해서만 사용토록 제한돼야 하는데 타 지방공사의 사업참여는 공익이 아닌 사익(개발이익 목표)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로 인해 다른 지자체로 개발이익이 유출될 경우 경기도민의 복리증진이 저해된다”고 덧붙였다.

GH 관계자는 “경기도가 행안부 의견 조회 시 자치권한 침해 등의 문제를 제기하는 의견을 제출했으며 우려하는 부분을 해소할 수 있도록 행안부와 법 조항을 수정하는 쪽으로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행안부는 지역소멸 대응, 대규모 기반시설 조성 등 지방공기업 간 협력해야 할 부분이 많아 이를 보완하는 차원의 입법이며 지자체 간 ‘상호 협의’해 진행하는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SH공사의 골드시티나 대구경북신공항 메가시티 조성 등에서 지방공기업의 역할이 필요하다”며 “법안의 취지에 대해 경기도와도 충분한 논의를 거쳤다”고 말했다.

곽태영 이제형 김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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