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 ‘이중 행보’…어제는 ‘부자 감세’, 오늘은 ‘서민 증액’
“배당소득 분리과세 고민”에 민주당 기재위 “상위 1% 감세, 반대”
“배당소득 세제 혜택, 효과 없었다는 건 박근혜정부때 이미 확인”
제2의 금투세 논쟁 가능성 … “‘부자감세→세수부족’ 주장 무력화”
금투세 폐지 이후 한동훈 ‘가상자산 유예’ 압박, 우려가 현실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는 부자감세인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언급하더니 오늘은 서민을 위한 지역상품권 예산 증액을 강조하는 등 ‘이중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부자 감세’라는 이유로 민주당이 줄곧 반대 입장을 유지해왔던 것으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이어 이 대표가 과도하게 표심을 고려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민주당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사법리스크를 덮기 위한 민생행보가 오히려 내부 분열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 대표는 이날 수원 시장을 방문하고 지역사랑상품권 국고지원을 위한 전통시장 소상공인 민생현장 간담회를 가졌다.
전날 국회 행정안전위는 정부안에 없었던 지역화폐 발행지원 예산 2조원을 반영한 예산안을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경기 침체기에 확실한 마중물을 부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국가가 무엇을 해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일방적인 예산안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했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에 불참했다.
◆이재명 “눈치 보느라 일 안하는 게 포퓰리즘” = 증액을 위해서는 세수를 더 확보하거나 정부가 편성한 예산을 깎아야 한다. 특히 민주당은 대규모 세수부족의 근본원인에는 초부자 감세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지난달 30일 예산안 토론회에서 이한주 민주연구원장은 “(초부자) 감세 철회만으로도 상당한 세입 마련이 예상된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대표적인 부자감세로 평가했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전격 수용한 이 대표가 이번엔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들고 나와 민주당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이 대표는 전날 ‘국내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일반투자자 간담회’에서 ‘배당소득 분리과세’에 대해 “저희도 고민인데 국민 여론과 좀 관련이 있다”며 “공개적인 논쟁을 통해 실질적으로 점검해봐야 할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이어 “누가 저를 포퓰리스트라고 욕하던데 사실 정말 필요한데 눈치 보느라 못하거나 실질적으로 필요한 일을 안 하는 것, 이런 문제가 포퓰리즘”이라며 “배당주 분리과세가 그런 게 걸려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배당소득 과세는 이자소득과 합친 금융소득이 연 2000만원을 넘을 경우 근로소득, 연금소득 등 다른 종합소득과 합산해 최대 49.5%(최저 6.6%)의 누진세율로 적용되고 있다. 이를 배당소득 분리과세로 떼어내면 배당주 투자 유인을 높인다는 취지와는 별개로 많은 배당을 받는 대주주나 고소득층에게 혜택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분리과세를 하게 되면 15.4% 세율로 세금을 내게 된다.
지난 11일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현재는 배당소득세를 내는 분들이 상위 (소득) 1%”라며 “지금으로선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국회 기획재정위 조세소위 소속 민주당 모 의원은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금융투자소득세와 같이 전형적인 부자감세”라며 “조세소위에서 민주당은 배당소득 분리과세에 대해 반대입장을 제시했다”고 했다.
이 대표의 부자감세에 대한 인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 대표는 “배당소득세를 낮추자고 하면 부자 세금 깎아주는 것 아니냐는 문제가 발생한다”면서도 “배당이 정상화될 수만 있다면 배당소득세를 낮추는 것이 세수 증대에, 총액으로 보면 오히려 더 많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고 했다. 세금을 깎아주면 기업들이 더 많은 배당을 하게 돼 배당소득세 총액이 늘어난다는 계산인데 이는 전형적인 재계 등 보수진영 논리라는 얘기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장인 신승근 한국공학대 교수는 “기업구조를 투명화해서 소수의 오너가 기업을 지배하는 문제를 바꾸지 않으면 주가도, 배당도 개선이 불가능하다”며 “배당에 대한 세제 혜택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은 박근혜정부 때 배당소득세제를 만들어서 인센티브를 줬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는 점에서 확인됐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빈틈 파고드는 국민의힘 = 국민의힘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요구에 이 대표가 ‘1500만명 개인투자자’를 거론하며 손을 들어주자 이번엔 ‘800만명이 투자하는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 유예’를 들고 나왔다. 부자감세를 반대했던 민주당 의원들이 가장 우려했던 대목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SNS를 통해 “(가상자산) 과세를 2년 유예하기로 한 이유는 청년들이 가상자산에 많이 투자하기 때문에 청년들의 부담을 줄이고 자산형성을 지원하기 위해서”라며 “민주당은 착각하고 있다. 이건 국민의힘이나 정부와 싸우는게 아니라, 800만 투자자들 그리고 청년들과 싸우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는 민심의 편에 서서 금투세 폐지를 이끌어 냈다. 이번에도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논리대로라면 가상자산 과세 유예도 반대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을 공략한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반대했던 모 민주당 의원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앞으로 상속 증여세율 인하, 가상자산 과세 유예 등 각종 부자감세에 대한 요구로 이어질 것”이라며 “그동안 부자감세를 반대하고 세수 부족을 지적했던 민주당이 원칙이나 정체성을 잃으면 논리가 흔들리고 부자감세가 세수부족으로 이어진다는 민주당의 비판도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