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대기업 ‘상법 개정’ 충돌…대기업, 끝장 공개토론 나오나
전경련 후신 한경협 “이사충실의무 확대, 상당 애로”
경실련 “정경유착·국정농단 주범 한경협의 탐욕 의지”
민주, 윤석열·한동훈·이복현 ‘소액주주 보호’ 발언 강조
‘배임죄 완화 가능성’ 당근도 제시 … “올해 안 통과”
더불어민주당이 소액주주에게도 책임을 다하도록 이사충실의무를 확대한 상법개정안을 놓고 대기업들과 충돌했다. 정부와 여당에서도 이미 소액주주 보호를 언급해 놓은 상황에서 대기업들이 소송남발과 투기자본의 공격을 이유로 반대입장을 내놓았다. 민주당은 반대하는 재계와의 공개토론을 제안해 놓고 있다. 재계가 토론에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25일 민주당 주식시장 활성화 TF 팀장인 오기형 의원은 “당대표가 공개토론을 제안한 만큼 당 TF주도로 이번 주에 대한상의를 통해 재계를 대표할 수 있는 토론자를 내놓을 것을 제안할 것”이라며 “금융투자세 폐지에 따라 상법 개정의 필요성이 더욱 강해진 만큼 연내에 법안 통과까지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부자감세 비판에 몰린 민주당 =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금융투자세 폐지 선언으로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의 ‘부자감세’에 동참했다는 소수야당과 시민단체들의 비판을 몰려 있다. 민주당의 강령인 ‘공정과세’에도 어긋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자 이 대표는 ‘상법 개정’에 대안으로 내밀었다. 투자자 보호장치를 확실히 하는 게 우선과제라는 주장이다.
예상했던 대기업 그룹의 전면적인 반발이 현실화됐다. 지난 21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소속 16개 대기업 그룹을 앞세워 ‘반대성명’을 냈다. 이들은 “주주가치 제고와 소통을 강화함으로써 한국증시의 매력도를 높여 나가겠다. 기업이 변화의 중심에 서겠다”면서도 “(상법)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많은 기업들은 소송 남발과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에 시달려 이사회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지고, 신성장동력 발굴에도 상당한 애로를 겪을 것”이라며 상법 개정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기업의 경영 합리화를 위한 사업 재편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발생할 수 있는 소수주주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 정비는 필요하다”면서도 “(상법 개정은) 기업의 경쟁력이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고, 이는 우리 증시의 밸류다운으로 귀결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재벌 사교 클럽이라는 오명에, 박근혜정부시절 정경유착과 국정농단의 사실상 주범이었던 한경협이 편협하고 탐욕적인 기득권 지키기 의지를 밝힌 것으로 강력히 규탄한다”며 “한경협의 성명은 왜 대한민국이 재벌자본주의의 나라인지를, 또한 재벌과 재벌총수들이 조그만 이익조차 내려놓으려 하지 않고 있음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이어 “주주에 대한 이사의 의무 성문화는 이사가 주주의 이익에 반하여 기업집단이나 지배주주를 위해 합병, 회사분할, 사업기회 유용 등의 결정을 하는 것에 대해 이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여 일반 주주의 보호를 강화한다”며 “상법개정안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인 후진적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이사회의 독립성 및 견제 감시 기능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재벌총수 일가의 전횡을 견제하고, 기업투명성과 책임경영을 강화하며, 공정한 경제질서 확립의 기초가 되는 것”이라고도 했다.
◆끝장 토론 성사될까 = 이제 관심은 대기업과 개인투자자들 간의 ‘끝장 토론’이 성사될 것이냐 여부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전날 SNS를 통해 “민주당은 한국주식시장 추락의 한 원인인 꼼수 합병 분할 등 경영지배권 남용을 막기 위해 상법의 이사충실의무 조항을 개정하려고 한다”며 “국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찬반 측이 모두 모여 끝장토론을 하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개미투자자는 대찬성이지만 한국경제인연합회등 경영자 측은 적극 반대”라며 “주요 현안에 대해 서로 주장만 하고 싸울 일이 아니라, 토론을 통해 서로 할 말을 하고 인정할 건 인정하면서 합리적 결론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대기업들의 요구인 ‘배임죄 완화’를 시사하는 등 재계에 ‘당근’을 제시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대기업들에게는 ‘공개토론’을 요구하면서 정부와 여당을 향해서는 과거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법무부 장관 시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소액주주 보호’ 제도화 발언을 앞세워 대기업들과의 손잡는 고리를 약화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오기형 의원은 제일모직과 구 삼성물산 합병, LG화학 물적 분할, 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 결합,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등을 예로 들며 “이사의 충실의무 도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소액주주 권익보호를 위한 상법개정 추진 발표(올 2월) △윤석열 대통령의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입장표명(올 1월), 한동훈 장관과 이복현 금감원장의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 상법 개정 필요’ 발언 등을 제시하며 “사회적 토론은 충분히 쌓였고 숙성돼 있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