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만 마리 ‘빨리’ ‘모두’ 없애야 지원금↑
윤석열정부 임기내 종료 ‘속도전’ 우려
지방자치단체 예산·관리 부담도 가중 예상
“농장주에 충분한 폐업 준비기간 줘야”
[개 식용 종식 사업, 살처분 유기 부추기나]
김건희 여사 정책으로 알려진 개 식용 중단 계획을 담은 첫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하지만 48만여 마리의 개를 모두 빨리 없애야 사육 농장주에게 주어지는 지원금이 많아진다는 계획이 동물복지에 위배되는 살처분을 조장하고 길거리에 유기견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됐다. 윤석열 대통령 임기 내인 ‘2027년까지 중단’을 달성하기 위한 속도전이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2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에 따르면 2025년 예산안 심사를 통해 개사육농장주에 대한 폐업이행촉진지원금 인센티브를 늘리기 위해 개 식용 종식 폐업과 전업 지원 사업에 397억원을 증액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구체적으로 폐업이행촉진 지원금 차등지급 구간을 줄이고 구간별 단가를 올렸다. 이에 따라 전체 개식용 종식 관련 예산은 544억원에서 72.9% 늘려 941억원으로 확대됐다.
개 식용 종식법은 2027년 2월부터 개 식용 목적의 사육이나 도살, 유통, 판매가 금지되고 위반하면 처벌하는 규정을 담고 있다. 정부는 개 사육농장주의 조기 폐업을 유도하기 위해 폐업시기를 여섯 구간으로 나눠 구간별로 마리당 22만5000원~60만원의 폐업이행촉진지원금을 지급하는 차등 인센티브 구조를 내놨다.
하지만 개 사육 업주가 제출한 이행계획서를 보면 내년까지 폐업하겠다면서 1~3구간(올 8월7일~내년 12월 21일까지)을 폐업예정일로 써낸 농장주는 15%에도 미치지 못했다. 4~6구간(2025년12월22일~2027년2월6일)을 제시한 농장주와 사육견의 비중이 각각 85.9%(1321명), 93.6%(45만4627마리)였다. 특히 마지막 구간인 6구간에는 농장주와 사육견이 각각 72.9%(1120명)와 82.4%(40만230마리)나 쏠려 있다. 농해수위는 “정부의 개 사육 농장주 조기 폐업 유도 계획과는 배치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지원대책 발표 이후에도 여전히 지원금액과 전업, 폐업 기간 등에 대한 업계의 반발이 존재하는 상황”이라며 “폐업이행촉진지원금은 개 사육 농장주가 영업을 계속하는 경우 기대할 수 있는 소득과 큰 차이가 없어 폐업을 촉진하는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예산결산특위는 “사육농장주가 농장업을 종료하고 폐업이행촉진 지원금을 수령하려면 모든 개를 완전히 출하해야 하지만 개 식용 종식법 시행으로 이미 개식용 수요가 감소하고 있고 농장주 사육 포기로 지방자치단체가 잔여견을 인수하더라도 관리보호에 필요한 소요 비용을 농장주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관리보호비용이 부담스러운 농장주가 사육견을 무단 유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어 “최대한 많은 폐업이행촉진 지원금을 수령하기 위해 개 사육 농장주들이 충분한 준비 기간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단기간 내에 농장업을 폐업할 경우 △사육견의 도축 및 출하 물량이 한꺼번에 급증해 이를 처리하기 어려울 가능성 △지방자치단체가 폐업이행촉진 지원금의 50%를 부담해야 하는데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여건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폐업이행촉진 지원금 지급 지체에 따른 개사육농장주들의 불만 증가 △사육견 출하 후 관리되지 않은 개 사육 농장의 급증 및 우범 지대화 △농장을 모두 비워야 폐업이행촉진 지원금이 지급돼 사육견 출하가 원하는 시기에 이뤄지지 못할 경우 사육견들이 유기견화될 우려” 등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폐업이행촉진지원금 지급) 차등 구간 개수를 줄이고 구간 내의 기간을 늘려 농장주들이 폐업하기 위한 충분한 준비기간을 보장해주는 것이 농장주들의 폐업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고, 유기견 발생 가능성을 낮추는 등 보다 안정적으로 개 식용 종식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회 예결소위 계수조정소위원인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개의 생명을 3년 내에 줄이라’는 게 48만6000마리 를 살처분하는 정책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동물인지적 감수성을 가지고, 단순 사업자에 대한 지원뿐만 아니라 차후 생존에 필요한 사료와 보호 공간 등이 들어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김건희 사업이라고 48만 6000마리의 개를 살처분하는 것에 급급한 것이 아닌 입법 취지에 맞는 계획 수립과 예산 편성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