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저승사자 ‘정부합동수사단’

“보이스피싱 가담, 반드시 처벌받는다”

2024-11-26 13:00:05 게재

수법 고도화 ‘조직적 비대면 사기’ 증가 … 7개 정부·유관기관, 50여명 협력 수사

“가장 안타까운 것은 경제적으로 어려워 서민대출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했는데 그 자료(DB)가 유출돼 이용당한 사례입니다. 이분들이 ‘서민금융이다’ ‘정부에서 운영한다’ 하면 속지 않기 어렵습니다.” 홍완희 보이스피싱범죄 정부합동수사단장(부장검사)의 말이다.

5000만 국민이 보이스피싱(전기통신금융사기) 대상이 됐다. 더 우려되는 것은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하면서 범죄가 첨단기술을 이용한 수법으로 고도화된다는 점이다.

지난 20일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서 홍 단장을 비롯해 합수단에 소속된 박종호 김은정 신종화 검사를 만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범죄는 다양한 단계에 걸쳐 일어나기 때문에 한 기관에서만 수사해서는 성과를 낼 수 없다”면서 “수사에도 상당한 시간과 공이 들어간다”고 밝혔다.

합수단은 2022년 7월 7개 정부·유관기관 50여명 인력으로 출범했다. 가장 많은 인원이 배치된 검찰과 경찰이 초기 압수수색부터 구속에 이르기까지 합동 수사를 진행한다. 금융감독원 국세청 관세청 방송통신위원회 출입국관리소 전문인력도 ‘금융수사협력팀’으로 전방위적으로 수사를 지원하고 있다. 100% 자체 인지를 통해 수사하는 합수단내 검찰·경찰은 보이스피싱 수사를 가장 잘하는 사람들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활동하면서 560명으로부터 108억원을 가로챈 ‘민준파’ 총책을 검거해 보이스피싱범죄 역대 최장기형인 징역 35년 선고를 이끌어내기도했다.

그간 활동에 대해 홍 단장은 “보이스피싱범죄에 가담하면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인식을 심어주었다는 측면을 평가하고 싶다”고 밝혔다.

보이스피싱범죄 정부합동수사단에는 서울동부지방검찰청 소속 검사 6명이 포함됐다. (사진 왼쪽부터) 박종호·김은정·홍완희(단장)·신종화 검사가 합동수사단 현판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근정(부부장)·한두현 검사는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다. 사진 이의종

◆젊은층 범죄 가담 증가 우려 = 우려되는 측면도 있다. 경제가 빠르게 변하는 만큼 범죄도 진화하기 때문이다. 합수단은 “콜센터의 경우 이미 해외에 거점을 두고 있다”며 “대포통장, 전화번호를 바꿔주는 중계기 조직원들만 국내에서 범행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가조작, 기업합병 등 금융시장에 진출했던 조직범죄가 보이스피싱, 온라인 도박, 불법사금융 등 제4세대형 조직으로 탈바꿈했다는 것이다. 합수단은 “조직적 비대면 사기 증가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세계적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20대 또래집단이나 사회초년생, 생활기반이 없는 외국인들이 범죄에 가담하는 사례가 빈번해지는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비대면 범죄에 죄의식이 덜해지는 점도 주목된다.

지난 9월 합수단은 상담원이 총책이 돼 조직한 콜센터를 적발해 20대 총책 등 10명을 입건하고 7명을 기소(구속 6명)했다. 이 사건은 700만원, 1명의 피해자에서 수사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 국내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이 장기간 중국에 불법체류한 상태로 여러 콜센터를 옮겨 다니며 범행에 가담한 게 확인되기도 했다.

합수단은 “휴대전화 원격조정은 예사이고 수사 과정에서 휴대전화 마이크를 통해 대화내용까지 확인할 수 있는 경우도 발견했다”며 “검거된 콜센터 조직원을 통해 목소리생성기술(딥보이스) 활용을 검토하는 정황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홍 단장은 “사기 범죄는 휴대전화와 금융계좌를 매개로 하기 때문에 여기에 관련된 통신사, 메신저, 휴대전화 제조사, 금융사 등 민간 분야에도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한 노력을 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조직적 비대면 사기범죄 조직원을 추적하고 검거한 뒤 송환을 위해서는 국제 공조 강화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면서 “시민들은 확인되지 않은 상대방의 연락은 늘 의심하고, 꼭 전화를 끊은 후에 또 확인하는 ‘늘꼭또’를 기억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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