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전 회장에 영장 재청구할까
우리은행 ‘친인척 불법대출’ 관여 혐의
법원 “공모·가담 다툴 여지” 영장 기각
법원이 친인척에게 수백억원대 불법대출을 해주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혐의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기각했다. 이에 검찰이 보완수사를 통해 다시 영장을 청구할지, 불구속 상태로 기소할지 주목된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6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를 받는 손 전 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공모관계나 가담행위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어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정 판사는 이어 “피의자의 일부 진술이 거짓으로 보이거나 과거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추후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검찰 등에 따르면 손 전 회장은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자신의 친인척 관련 법인과 개인사업자에게 승인된 우리은행의 400억원대 부정대출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금융조사1부(김수홍 부장검사)는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우리은행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20~21일에는 손 전 회장을 지검으로 불러 조사했다. 하지만 불법대출에 대한 공모나 가담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는 법원의 1차 판단이 나오면서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관련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손 전 회장의 처남 김 모씨와 대출을 주도한 임 모 전 본부장, 대출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성 모 전 부행장에 대한 병합재판이 다음 달 17일로 다가오면서 검찰의 후속 행동이 조만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손 전 회장 영장 기각에 따라 부당대출 사실 보고 누락과 은폐 의혹을 받는 조병규 은행장과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출석 조사도 늦춰지게 됐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