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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 특검법’ 위헌 아니다

2024-12-02 13:00:07 게재

특별검사제는 국정의혹 사건이나 고위공직자 비리사건 수사에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하기 위해 국회가 주도해 검찰청법상의 검사가 아닌 독립된 수사기구에서 수사하게 하는 제도다. 1973년 미국 워터게이트 사건 당시 대통령에 대한 수사·기소를 그 대통령이 장관을 임명한 법무부가 담당하는 것은 ‘이익충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당시 상원 특별위원회가 특별검사를 요구한 것이 특검제의 시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99년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유도 의혹사건 등에 대한 특검 이후 사안별로 개별적인 특검법을 제정해 시행했다. 하지만 대형 비리사건이 터질 때마다 특검 추천과 특검의 수사대상 등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이 반복되었다.

이런 이유로 2014년 상설특검법인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국회에 설치된 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2명의 특검 후보자를 추천하고 대통령이 이중 1명을 특검으로 임명한다. 특검은 준비기간이 만료된 날의 다음날부터 60일 이내에 수사를 완료하고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며 대통령의 승인이 있으면 수사기간을 한차례에 한해 30일까지 연장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상설특검법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그 후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의혹사건이나 드루킹 사건에 대한 특검은 다시 개별적 특검법을 통해 이루어졌다.

국회 특검 추천, 헌재가 입법재량으로 판단

지난달 28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대통령 또는 그 가족이 연루된 수사의 경우 상설특검 후보추천위원회 구성에 여당 추천 몫 2명을 제외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상설특검 후보추천 규칙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대통령과 그 가족에 대한 상설특검을 임명할 때 ‘이익충돌 방지’를 위해 여당의 후보추천권을 배제하도록 한 것이다. 이로써 야당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이 반복적으로 행사되는 상황에서 이미 오래 전에 입법화돼 윤 대통령의 거부권을 피해갈 수 있는 상설특검법을 활용할 준비를 마쳤다.

김건희 여사에 대한 제3차 특검법안에 의하면 특검 수사대상은 크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사건, 명태균씨를 통한 불법 여론조사 등 부정선거 의혹과 선거개입 및 인사개입 의혹사건, 창원 국가산업단지 지정 등 국가기밀 정보 유출에 따른 국정농단 의혹사건 등이다.

세번이나 거부권을 행사한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대통령 명의의 재의요구서를 찬찬히 읽어 봤다. 위헌성이 핵심문제로 지적되고 있었다.

수사·기소·공소유지는 행정작용의 한 부분으로서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행정부가 수행하기 때문에 헌법상의 권력분립 원리에 따르면 입법부 의사에 따라 도입된 특검이라 하더라도 수사소추권을 담당하는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의 특별검사 임명권을 침해해서는 안된다고 전제했다. 그리고 야당이 대법원장으로부터 4명의 특검 후보자를 추천받아 그 중 2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대통령이 다시 2명 중 1명을 임명하는 것은 사실상 대법원장이라는 제3자 추천의 외관만 갖추었을 뿐 특검후보 추천권을 야당에게만 부여함으로써 대통령의 특검 임명권을 침해하여 권력분립원리를 위반해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과거 수사팀장으로 있던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특검의 특검법에 대한 헌법소원사건에서 헌재는 이미 2019년 특검 후보자 추천에 관한 사항은 국회의 입법재량에 해당한다고 보면서 “두 야당은 변호사 중에서 2인의 특별검사 후보자를 대통령에게 추천하는 것에 불과하고 그 특별검사를 직접 임명하는 것은 대통령이 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임명에 있어서의 최종적 결정권을 여전히 대통령이 행사하므로 권력분립원리 위반이 아니라고 분명히 판시했다.

국민의 뜻 반복적으로 거슬러서는 안돼

이제 대통령의 거부권을 피해갈 수 있는 상설특검법 카드를 야당이 꺼내 들 수도 있다. 또한 대통령실은 위헌을 주장하지만 국민 여론은 특검 추진 쪽에 무게가 실려 있다. 지난달 21일의 전국지표조사(NBS)에 의하면 김 여사 특검법 찬성이 64%이고 반대는 26%에 그쳤다.

헌법 제1조에 따르면 국회의 모든 권한도 주권자인 국민이 위임해 준 권한이다. 국회의 법안 재의결권도 다수 국민의 뜻을 반복적으로 거스르는 식으로 행사돼서는 곤란한 것이다. 오는 10일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한 국회 재의결 결과를 국민들이 주목하는 이유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헌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