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이냐 채권이냐, 신흥국 투자 딜레마
트럼프 관세폭탄
현실화 여부에 달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신흥국 채권 랠리를 유지할지 막아설지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신흥국 달러표시 채권은 조 바이든 재임 첫 3년 동안 신흥국 주식 수익률을 넘어섰다. 올해 들어선 앞서거니 뒤서거니 막상막하였다. 리스크가 큰 신흥국 하이일드 국채 수익률은 15.1%에 달했다. 내년 상황은 트럼프에 달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네덜란드 ‘아혼자산운용’ 신흥국채권 헤드인 제프 그릴스에 따르면, 트럼프 2기 정부에서 신흥국 주식 또는 채권 중 어떤 자산이 가장 큰 혜택을 볼지는 주요 경제국에 대한 미국의 관세폭탄에 달렸다.
그릴스는 “만약 트럼프 당선인이 그간 공언한 대로 멕시코와 중국 등 수입품에 대해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면, 주식에는 매우 부정적이고, 상대적으로 채권에는 긍정적일 수 있다”며 “하지만 트럼프가 무역조건을 유리하게 이끄는 수단으로 관세를 활용한다면, 주식이 보다 긍정적일 수 있고, 달러표시 채권을 능가하는 수익률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1월 들어 달러표시 채권과 주식 수익률은 분기하고 있다. MSCI 신흥국 주식지수는 3.7% 하락했다. 반면 신흥국 달러표시 채권은 플러스 수익률을 내고 있다.
신흥국 주식은 올해 강한 상승세로 시작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기준금리 인하와 중국의 경제부양 조치 기대감에서였다. 하지만 10월 들어 약 10% 하락했다. 트레이더들이 트럼프정부의 신규 관세폭탄 가능성을 고려하면서다.
지난 1년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으로 채권에 대한 선호가 컸다. 디파이언스ETF의 CEO 실비아 자블론스키는 “신흥국 주식보다 채권에 글로벌 자금이 쏠렸다. 미국 금리인하 기대감도 채권에 훈풍이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신흥국 주식 상승세를 막아선 또 다른 요소는 신흥국 주가지수가 중국과 한국 인도 대만 등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73%를 차지한다. 이들 국가는 미국의 관세에 가장 취약한 나라들이다.
반면 채권 지수는 그보다 훨씬 분산돼 있다. 중국 비중은 10%에 그친다. 트럼프 당선 이후 중국 주식은 8% 하락했다. 이는 신흥국 지수를 끌어내렸다. 신흥국 채권은 같은 기간 플러스 수익을 냈다.
‘모닝스타웰스’ 전략가 도미닉 파팔라도는 “신흥국 채권과 주식지수의 차이점은 중국비중의 크고 작음”이라며 “올해 중국 주식의 변동성은 신흥국 주식과 채권 사이 실적 차이를 유발한 주요소였다”고 말했다.
트럼프 2기 정부의 무역정책이 잠재적 역풍인 반면, 달러강세는 아시아 수출국들에게 강점이 될 수 있다. 아시아 국가들의 주식 밸류에이션은 미국보다 저렴한 상황이다.
현재 강달러와 관세 우려는 지속적으로 주가를 내리누르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자들은 11월 21~27일 일주일 동안 신흥국 주식펀드에서 18억달러를 뺐다. 7주 연속 자금유출을 기록했다. 모닝스타 파팔라도는 “향후 신흥국 주식 수익률이 채권 수익률을 앞서면서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내년 미국 경제정책과 성장세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질 전망이다. 내셔널와이드펀드그룹 투자 리서치 책임자 마크 해켓은 “성장이 약하면 금리가 하락하고 기업이 수익을 내기 어려워져 채권의 상대적 성과가 더 커진다. 반면 성장이 좋아지면 금리가 상승하고 기업 수익이 개선돼 주식 수익률이 좋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