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5·18 피해자 800여명에 430억 배상해야”
“국가 불법행위로 정신적 손해”
대법, 심리불속행 기각 … 확정
5·18 광주민주화운동으로 피해를 본 유공자와 유족 800여명이 정부를 상대로 정신적 피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해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와 유족 854명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가 약 430억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한 원심판결을 지난달 28일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고 1일 밝혔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원심판결에 중대한 법령 위반 등 상고 사유가 없다고 판단해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절차다.
이 소송은 2021년 5월 헌법재판소가 “보상금 등 지급 결정은 신청인이 동의한 때에는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입은 피해에 대해 민사소송법의 규정에 의한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고 한 5·18보상법 조항(16조 2항)을 위헌으로 결정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헌재는 “‘정신적 손해’까지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보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5·18 보상금을 받았더라도 정신적 피해를 보상받을 길이 열린 것이다. 헌재 결정 시기 기준 5·18 보상금 수령자는 5807명이었다.
이에 5·18 구속부상자회 회원 유공자와 유족 등은 2021년 11월 “생존자 대부분이 고문, 불법 구금, 폭행 등 국가의 폭력에 의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고 현재도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시달리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사건에서 법원은 피해자가 연행·구금되거나 수형 생활을 한 경우 1일당 30만원, 상해를 입었으나 장해가 남지 않으면 500만원의 위자료를 인정했다. 상해로 장해를 입은 경우 3000만원을 인정하고 여기에 노동능력 상실률이 5% 증가할 때마다 1500만원을 추가했다.
당초 소송을 제기한 882명 중 도중에 소송을 취하하거나 피해 사실이 입증되지 않은 이들을 제외한 대부분이 배상 판결을 받았다.
정부는 소송 과정에서 다른 사례에 비해 위자료가 지나치게 많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 9월 2심은 1심의 위자료 판단 기준을 그대로 유지하되, 원고 12명의 위자료를 조정하면서 1심보다 조금 늘어난 “430억 65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국가기관이 헌법 질서 파괴 범죄를 자행하는 과정에서 저지른 반인권적 행위에 해당해 그 위법성 정도가 매우 중대하다”며 “유사한 행위가 또다시 자행되지 않도록 억제·예방할 필요성이 크다”고 밝혔다.
정부가 재차 불복했으나 대법원은 상고 이유에 중대한 법령위반 등에 관한 사유 등이 포함돼 있지 않다고 보고 간이한 방식으로 상고를 기각하는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2심 판결을 확정했다. 다만 위자료를 책정하는 기준과 구체적인 액수는 사실심인 1~2심의 판단 영역이어서, 다른 소송에서는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배상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지난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광주지법과 서울중앙지법 등 피해자들이 소송을 낸 법원에 따라 위자료 액수가 달라지는 문제가 지적된 바 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