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사장단 인사, 쇠락 신호탄”
경실련 “기술격차 유발 소유지배구조가 근본 원인”
시스템반도체 설계 매각, 사업지원 TF 해체 등 촉구
‘위기론’에 휩싸인 삼성전자의 최근 사장단 인사가 삼성전자 및 국내 제조업의 몰락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2일 오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강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삼성전자의 이번 인사는 삼성전자가 향후 메모리 반도체 회사 중 하나로 축소되는 쇠락을 알리는 신호가 될 수 있다”며 “삼성전자 분사와 RE100(2050년까지 기업이 쓰는 모든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캠페인)에 대한 구체적 계획 없이는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삼성전자는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부회장을 대표이사에 선임하고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정현호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장이 모두 자리를 지키는 인사를 단행했다.
박 교수는 “‘구관이 명관’이라는 과거회귀적 인사”라며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삼성전자 HBM(고대역폭메모리) 5세대 제품의 엔비디아 납품 지연, 중국 메모리 업체의 공급증가, TSMC의 주요 빅테크 물량 쏠림 등을 거론하며 삼성전자의 미래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했다.
박 교수는 “(삼성전자가) 과거 기술 중심의 원로에 포획됐던 ‘소니’를 연상시킨다”며 △시스템반도체 설계부문 매각 △메모리와 파운드리 부문 분리·독립 △사업지원TF 해체 △최고경영진 물갈이 △RE100 계획 제시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팀 국장은 “삼성전자의 하락세는 투자자,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는 미래가치를 담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소유·지배구조와 반도체 관련 사업구조에 있다”고 지적했다.
권 국장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시스템 반도체 설계까지 하고 있는 삼성전자에 기술유출 등의 우려로 위탁생산을 맡기지 않고 있다”며 “결국 삼성전자의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기술력이 아니라 기술력 격차를 가져오게 만드는 소유지배구조에 있다”고 분석했다.
“시스템 반도체 설계 부문을 매각하고, 각 사업부문을 독립적인 회사들로 분사함은 물론, 분사된 회사에 실권을 가진 세계 최고의 전문경영인 영입을 통해 과감한 경영을 해야 함에도 이재용 회장과 과거 미래전략실 역할을 하는 사업지원TF가 이러한 구조를 방해하고 있다”며 “독립적이고도 전문적인 경영을 해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과거 잘못된 방식을 여전히 고집하고 있음이 이번 인사에서도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이어 구글,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RE100 요구 및 달성 사례들을 언급하며 RE100 달성 방안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권 국장은 “삼성전자가 현재와 같이 안일하게 대응한다면 한국 제조업은 공동화를 면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