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정협’ 좌초, 의정갈등 해 넘길 듯
정부 ‘휴지기’에 의료계 ‘참여 중단’ 방점
올해 의대 정원 이견, 한발짝도 못 좁혀
야당과 의료계 대부분이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의정갈등을 해소하겠다며 지난달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가 성과 없이 3주 만에 ‘좌초’됐다. 의정갈등의 핵심 사안인 의대 모집정원 등을 두고 정부·여당과 의료계 이견이 전혀 좁혀지지 않으면서 그나마 동참했던 의료계 단체 2곳이 참여 중단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은 당분간 회의를 중단하고 ‘휴지기’를 갖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의료계는 협의체 참여 중단에 방점을 두고 있어 의정갈등이 해를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여당, 사태 해결의지 없다” = 1일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대협회)는 국회에서 열린 여야의정 협의체 4차 전체회의 직후 “정부와 여당이 사태 해결의지가 없다”며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야당은 물론 의사협회와 전공의 등 의료계 핵심 구성원 참여 없이 이른바 ‘개문발차’한 협의체가 결국 좌초된 것은 내년도 의대 정원 등 주요 안건을 두고 접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날 이진우 대한의학회 회장은 “2025학년도 의대 정원과 관련해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안을 충분히 검토해 구체적인 조정안을 제시했다”며 “간절한 요청에도 정부는 어떠한 유연성도 보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앞서 의학회 등은 △의대 수시 미충원 인원의 정시 이월 금지 △예비합격자 배수 축소 등 모집인원을 축소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정부는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회의 후 “현재 입시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정부가 혼란을 초래하는 그 어떤 조치를 취하는 건 수험생을 비롯한 교육현장에 막대한 부담을 주기에 불가하다”고 강조했다.
내년도 이후 의대 정원과 관련해서도 의료계는 2026학년도엔 증원하지 않고 2027학년도 이후부터 추계기구에서 논의하자고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는 2026학년도 정원도 추계위에서 논의하자고 맞섰다.
의료계는 이 외에도 △학습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학생 선발 제한권 부여 △모집 요강 내 선발 인원에 대한 대학 자율권 부여 등을 제안했다.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법적인 부분이 걸려있어 어려움이 있다”며 “정부와 여당도 많은 걸 검토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26일 당 차원에서 경북지역 국립의대 신설을 강력하게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의료계 내부 강경파들의 주장에 힘이 실렸다.
또 의협 비상대책위원회가 의학회 등을 향해 협의체 탈퇴를 공개 요청했다. 의협 비대위는 “의학회와 KAMC가 알리바이용 협의체에서 나올 것을 요청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의협 비대위에는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들도 참여하고 있다.
◆입시 일정, 전공의 모집, 의협 선거 등 변수 속속 대기 = 협의체가 대화를 잠정 중단하기로 하면서 출범 당시 국민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안겨주겠다던 약속은 지켜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 여당은 당분간 공식 일정을 중단하는 것일 뿐 물밑 대화를 이어가겠다고 했지만, 의료계는 강경한 입장이다.
이 회장은 정부·여당이 협의체가 ‘휴지기’를 갖는 것 뿐이라고 밝힌 것을 두고 “그건 정부 여당 입장인 것 같다”며 “의대 정원에 대한 확실한 태도와 정책 변화를 보여주면 그때 가서 다시 판단할 문제”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오는 6일 수능 성적 통지, 11~13일 수시 합격자 발표 등 입시 일정도 속속 진행되며 사태가 해를 넘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이달 초 내년도 상반기 전공의 모집 공고와 의협 회장 보궐선거 후보 등록이 예정돼 있어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내년도에 수련할 전공의 모집이 오는 5일 공고와 함께 수련병원별로 개시된다. 하지만 전공의들이 얼마나 돌아올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전공의 복귀를 유도하고자 5대 5로 조정하려던 수도권 대 비수도권 전공의 배정 비율을 현행대로 5.5대 4.5로 유지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한 상태다. 여야의정협의체 중단에 따라 정부가 전공의 모집에 맞춰 수련 특례나 입영 연기 등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의협의 경우 내년 1월 회장 선거를 앞두고 2~3일 후보 등록을 받는다.
전공의와 의대생을 끌어안은 의협 비대위의 강경 기조가 차기 집행부에서도 이어질지, 아니면 대화파 집행부가 등장할지가 관심이다.
현재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장, 김택우 전국광역시도의사협의회장,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 주수호 전 의협 회장, 최안나 의협 대변인 등 5명이 출마 입장을 밝혔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