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법 표결·당무 감사로 반격 나서는 친한계
친윤의 ‘당원게시판 공세’에 “한동훈 끌어내리기” 불쾌감
분노한 친한 일각 “표로 본때 보이자” … 감사로 친윤 압박
친한(한동훈)이 친윤(윤석열)의 ‘당원 게시판(당게) 공세’에 맞서 ‘쌍포’를 꺼내들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 표결과 전국 당원협의회 당무 감사다. 친한은 친윤의 ‘당게 공세’를 “한 대표를 끌어내리려는 정치 공작”이라고 보고, 표결과 감사를 통해 이를 무력화시킨다는 계산이다.
2일 친한 핵심당직자는 오는 10일 예정된 ‘김 여사 특검법’ 표결과 관련 “친윤이 ‘당게 논란’을 갖고 한 대표를 끌어내리려하고, 마치 ‘당게 논란’ 때문에 당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처럼 왜곡하니까 우리쪽(친한) 일각에서 대응책의 일환으로 표결 얘기를 하는 건 맞다”고 전했다. 친윤의 ‘당게 공세’에 부글부글 끓는 친한 일각에서 “특검법 찬성표로 친윤에게 본때를 보여주자”는 의견을 내놓는다는 것이다. 10일 예정된 특검법 재표결은 국민의힘에서 8표만 찬성이 나오면 가결된다. 20여명 정도인 친한이 마음만 먹으면 윤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분노한 친한 일각에서 특검법 찬성 표결까지 거론하지만, 한 대표는 특검법 반대 당론을 고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섣불리 특검법에 찬성했다가는 친윤과 강경보수세력의 ‘배신자 프레임’ 공세를 피하기 어렵다는 계산이다. 10일 재표결에 임박해 한 대표가 특검법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반대 입장’이 유력하다. 다만 한 대표는 입장 표명 전까지는 침묵을 지켜 친윤의 애를 태운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한 대표의 입장과는 별개로 친윤의 ‘당게 공세’에 분노한 친한 일부 의원이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지난 10월 두 번째 이뤄진 ‘김 여사 특검법’ 재표결에서는 국민의힘에서 4표의 찬성표가 나온 것으로 추정됐다. 친한 일부 의원들이 ‘분노의 찬성표’를 던질 경우 ‘마의 8표’를 넘길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친한은 내년 2월에는 전국 당원협의회를 대상으로 한 당무 감사도 준비 중이다. 당무 감사가 확정된다면 지난해 10월 이후 2년 만에 실시되는 것이다. 친한 핵심당직자는 “사실 지난 7월 전당대회 직후 감사를 하려다가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 미뤘다. 내후년 지방선거 대비도 해야 해서 내년 2월쯤 당무 감사를 준비하고 있다. 조만간 감사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무 감사는 당원협의회의 당원 관리·조직 운영 상황 등을 훑어보는 것으로, 감사 결과에 따라 당협위원장을 교체할 수 있다. 친윤이 절대 다수인 당협위원장 일부가 바뀔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친윤에서는 친한이 꺼내든 당무 감사 카드에 ‘정치적 계산’이 숨어있다고 의심한다. 한 대표를 겨냥한 ‘당게 공세’에 앞장섰던 친윤 당협위원장들로선 친한이 주도하는 당무 감사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당무 감사를 주도하는 유일준 당무 감사위원장은 한 대표가 임명한 친한 인사로 분류된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