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성범죄 80%가 10대 소행
경찰 “촉법소년 94명 포함” … 3개월간 649건 접수, 하루 평균 7건
경찰이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딥페이크(허위 영상물) 성범죄 사건 649건을 접수·수사해 피의자 573명을 검거했다.
3일 경찰청에 따르면 피의자 573명 중 10대가 463명(80.8%)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촉법소년(10세 이상 14세 미만)은 94명(16.4%)이었다.
특히 10대 피의자 중 촉법소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3%로 10명 중 2명 꼴이었다.
실제로 최근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서 동급생인 여학생들의 얼굴을 도용해 딥페이크 기술로 성 착취물을 만들고 소지한 A군 등 중학생 4명이 경찰에 검거됐다.
A군 등 2명은 지난해 11월부터 남양주의 한 중학교에서 동급생인 여학생들의 사진을 도용해 딥페이크 불법 합성물을 제작하고 소지한 혐의를 받는다. 나머지 2명은 A군 등으로부터 딥페이크 영상과 사진 등을 받아 소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피해 학생들은 지난 8월 26일 “자신과 친구들의 딥페이크 음란 영상과 사진을 제작해 여러 명이 소지하고 있다”고 학교에 신고했다.
◆신고 건수, 집중단속 후 3.7배 증가 = 10대 외에도 20대 87명(14.7%), 30대 17명(3.0%), 40대 3명(0.5%), 50대 이상 3명(0.5%) 등이 단속됐다.
경찰이 딥페이크 집중단속에 나선 시점(8월 28일)을 기준으로 단속 후 하루 평균 신고 건수는 6.98건으로 집계됐다. 집중 단속 전(일평균 1.85건)의 약 3.7배 규모다.
앞서 지난 8월 텔레그램을 통해 중·고등학교를 비롯해 대학, 심지어 군대에서까지 지인의 사진과 음란 사진을 합성한 불법 영상물이 대규모로 유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경찰은 지난 8월 28일부터 내년 3월까지를 ‘딥페이크 허위영상물 범죄 집중 단속 기간’으로 정했다. 단속은 시·도경찰청 사이버성폭력수사팀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집중 단속을 시작한 뒤 관련 피해 신고 접수는 폭증하고 있다. 올해 접수된 신고 건수 가운데 649건은 지난 8월 경찰이 집중 단속을 시작한 이후 접수됐다.
경찰청 자료를 보면 올해 1월 1일부터 집중 단속 전까지는 일평균 1.9건의 신고가 접수됐지만, 집중 단속 첫 한달 동안은 일평균 12.7건으로 접수가 7배 가까이 치솟기도 했다.
개정안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경찰 등이 신분을 비공개하고 범죄 현장에 접근해 증거와 자료 등을 수집하고, 부득이한 경우 가짜 신분을 사용하는 위장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신분 위장 수사 중 부득이한 사유로 위법 행위를 한 경우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형사처벌, 징계, 손해배상 책임도 지지 않도록 했다. 기존에는 아동·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만 위장 수사 등이 허용됐다.
이번 개정안은 성인 대상 디지털 범죄로 위장 수사 가능 범위를 넓혀 수사 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그동안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일반적인 수사만으로 증거 확보와 범죄자 검거가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아울러 딥페이크 영상의 유통을 막기 위한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영상 게시를 중단하도록 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명령할 수 있는 범위에 편집물·합성물·가공물과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을 포함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