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멘스 헬시니어스 과징금 63억원 취소 확정
공정위, 대리점에 비용 떠넘겨 과징금 처분
2심, 과징금 취소 … 대법 “부당한 차별 아냐”
대리점에 의료기기 유지·보수 소프트웨어 비용을 떠넘겼다는 이유로 지멘스 헬시니어스에 부과된 약 63억원의 과징금을 취소하라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자기공명영상장치(MRI), 컴퓨터단층촬영(CT) 유지·보수 시장에 신규 진입한 중소 독립유지보수사업자(ISO)와의 거래 여부에 따른 지멘스 헬시니어스의 차별적 비용 부과 및 접근 제한 행위가 부당한 차별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지난달 28일 지멘스 헬시니어스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등 취소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일 밝혔다.
공정위는 2022년 7월 지멘스 헬시니어스가 2010년 10월부터 2014년 9월까지 CT, MRI, 엑스-레이 등 기기 유지·보수를 수행하는 총 7개 대리점에 대해 관련 소프트웨어 비용을 계약상 근거나 사전 협의 없이 부담시켰다고 판단했다.
지멘스 헬시니어스의 유지·보수 소프트웨어는 해당 장비에서 자동으로 고장 진단 업무를 수행하며 이상을 감지하면 병원에 이를 알리는 역할을 한다. 이후 병원이 상황을 통보하면 대리점이 유지보수 작업을 위해 출동하는 구조다.
해당 소프트웨어에 접근하기 위해선 서비스키가 필요하다. 지멘스 헬시니어스측은 병원이 자사 기기 유지·보수 서비스를 대리점에 요청하는 경우 통상 무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키를 유상으로 발급하거나, 접근 권한을 낮게 부여하는 등 차별적으로 적용했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공정위는 지멘스 헬시니어스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63억2000만원을 부과하는 처분을 내렸다.
공정위의 처분은 1심 판단과 같은 성격을 갖는다. 지멘스 측은 공정위의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2심은 지멘스 헬시니어스 측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서비스키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관행이 없었으며, 유상으로 제공한 행위는 저작권자의 권리에 해당해 부당한 차별이라 보기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도 지멘스 헬시니어스의 해당 행위가 ISO 사업 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 공정위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지멘스 헬시니어스가 서비스키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한 경쟁질서에 부합하는 정상적인 거래 관행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또 “저작권자가 자신의 저작물 사용에 대하여 그 대가를 지급받을 권리는 저작권자의 가장 기초적인 권리로서 서비스키 발급에 대한 대가를 받은 것을 두고 저작권자의 정당한 권리의 범위를 넘어섰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서비스키에 대한 유상 제공 자체만으로 신규 사업자의 진입 차단과 같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서비스키 발급 조건 제시 행위가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지멘스 헬시니어스(주) 한국법인 이명균 대표는 “이번 공정위 시정명령 등 취소소송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존중한다”며 “앞으로도 공정경쟁의 기본 원칙을 준수하며 투명 경영에 앞장서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