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구마모토 공장 본격 가동 앞두고 기대와 우려 교차
최근 3년간 지역내 투자 100여건 50조원 투자 몰려
대만 등 외국인도 늘어나고 지역상권도 살아나 활기
막대한 물사용 풍부한 지하수 고갈, 논농사 붕괴 우려
대만 반도체업체 TSMC 일본 구마모토 공장이 이르면 올해 안에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갈 전망이다. 2021년 착공부터 불과 3년여 만에 공장을 완공하고, 관련 장비를 모두 반입해 언제라도 가동에 들어갈 수 있는 상태로 알려졌다. 일본 언론은 TSMC 구마모토 제1공장의 본격적인 가동을 앞두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고 전했다.
◆돈과 사람이 몰리는 기회의 땅 = 규슈경제산업국에 따르면, TSMC가 구마모토에 공장을 설립하기로 한 이후 최근 3년여 기간 규슈지역에 반도체 관련 설비투자만 100건을 넘어섰다. 투자금액도 총 5조엔(약 47조원) 규모를 넘어섰다. 설계 및 소재부터 후공정까지 반도체 관련 산업이 구마모토현을 비롯한 규슈지역 여러 곳에 집결하는 양상이다.
대표적으로 구마모토현에 TSMC를 비롯해 소니그룹과 도쿄일렉트론, 미쓰비시전기 등이 공장 건설 등 신규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인근 후쿠오카현에도 니혼파인테크와 '롬', 미쓰비시케미컬 등이 들어서고, 나가사키현에는 교세라, SUMCO 등이 투자하기로 했다. 오이타현에도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 등이 투자를 확정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전했다.
TSMC는 1공장 가동과 함께 이르면 내년 상반기 현재 공장의 인근에 제2공장 건설도 착수할 예정이다. TSMC가 이 지역에 두개의 공장을 짓는 데 투자하는 금액은 3조3500억엔(약 31조원)에 이른다. 일본 정부도 최대 1조2080억엔(약 11조원)을 지원했거나 할 계획이다. TSMC는 향후 제3공장 건설까지 검토하고 있는 단계로 알려졌다.
소니는 TSMC 공장 인근 지역에 올해 4월부터 화상센서를 만드는 새로운 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지난해 나가사키현에 있는 기존 공장을 증설하기 시작한 데 이어 추가적인 투자이다. ‘롬’은 전기자동차(EV) 등에 들어가는 파워반도체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미야자키현에 2892억엔을 투자해 새공장을 이르면 연내에 가동할 계획이다. 미쓰비시전기도 반도체 전공정 공장을 구마모토현에 건설하고 있고, 이르면 내년 말부터 본격 가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TSMC 유치 효과는 관련 산업의 막대한 투자를 촉진하고 있고 앞으로 이러한 흐름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규슈경제조사협회의 추산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30년까지 규슈지역을 비롯해 인근 오키나와현, 야마구치현까지 경제효과는 20조엔(약 188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돈만 아니라 사람도 몰리고 있다. 특히 대만 현지에서 기술자 등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이 대거 지역으로 유입되고 있다. 구마모토현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외국인 거주자는 전년 동기 대비 23.9% 늘어난 2만5589명이다. 이에 따라 지역내 유치원과 각급 학교는 외국인 자녀를 받아들이기 위한 관련 시설과 교사 양성에 나서고 있다.
닛케이에 따르면, 구마모토대학은 2026년 부속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국제반을 개설할 예정이다. 국제반은 학습지도요령에 따라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고, 일본인 자녀도 입학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구마모토대학 관계자는 “구마모토현 전체가 국제화하고 있다”며 “글로벌 인재를 육성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규슈지역 지방자치단체는 중앙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향후 지속적인 투자유치를 위해 발벗고 나섰다. 기무라 다카시 구마모토현 지사는 지난 8월 말 TSMC 본사를 방문해 제3공장 건설을 요청했다. 이러한 투자유치 활동과 더불어 인근 지자체는 현재 1공장 인근에 추가로 공업단지를 조성하기 위한 조사에 들어갔다.
반도체 관련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진행하고 있다. 규슈대학은 대만 양명교통대학과 반도체 분야 공동연구실을 만들기로 했다. 규슈지역 자치단체와 경제단체로 구성된 규슈전략회의는 지난 6월 ‘신생실리콘아일랜드규슈’라는 프로젝트를 확정했다. 이를 통해 규슈지역을 세계적인 반도체산업 집적단지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프로젝트 진행에 따라 반도체 관련 직접 종사자도 현재 2만명 안팎에서 2030년까지 2만5500명까지 늘려 나간다는 구상이다.
◆물의 고장에서 물 걱정 앞서 = TSMC 공장 완공과 본격적인 가동을 앞두고 기대만 부풀어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반도체 제조과정에서 막대한 물을 사용하는 특성상 ‘물부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TSMC가 구마모토를 반도체 공장 후보지로 결정한 배경도 지하수가 풍부하다는 점 때문이었다. 구마모토는 활화산인 아소산 서쪽 광범위한 지역의 지층에 풍부한 지하수를 담고 있다. 아소산의 오랜 화산활동에 따라 기쿠요마치 등 구마모토현을 동에서 서로 가로지르는 시라가와강 중류지역 일대는 일본의 다른 지역에 비해 최대 5배가 넘은 지하수 흡수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지도 참조)
문제는 TSMC를 비롯해 향후 관련 공장이 잇따라 들어설 경우 빗물의 지층 침투를 막고 지하수 보전이 어려워져 물부족 사태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구마모토현에 따르면, TSMC가 공장을 짓기 시작한 2021년 하반기부터 올해 3월까지 164헥타르의 농지가 공업용지로 전용됐다. 농지 1헥타르가 사라지면 지하수는 연간 1만톤 분량이 줄어든다는 추산도 있다.
TSMC가 올해 초 제1공장과 2공장에 필요한 취수계획에 따르면, 두개의 공장이 전부 가동되면 2028년에는 연간 최대 803만톤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공장이 있는 구마모토현 기쿠요마치에서 생활용수 및 농업, 공업용수로 쓰는 전체 취수량의 80%에 이르는 막대한 규모이다. 인구 4만5000명에 이르는 기초단체가 사용하는 물의 양과 맞먹는 수준이다.
아사히신문은 지난달 TSMC 공장이 들어선 구마모토현 기쿠요마치 등 인근지역의 지하수 고갈과 이에 따른 농업 및 생활용수 부족사태를 우려하는 특집기사를 실었다. 이 신문은 “구마모토는 일본에서 지하수가 가장 풍부한 지역”이라며 “TSMC가 들어서면서 지역내 벼농사가 사라지고, 논에다 물을 가둬놓고 물을 지층에 침투시켜 보관하는 ‘인공함양’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논농사를 짓지 못하는 지역민에 대해서는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처럼 농가의 협력을 통해 인공적으로 보관하고 있는 지하수는 지난해 기준 2000만톤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전년 대비 두배 수준으로 농가에 지급하는 보조금도 두배 올렸다.
이와 관련 구마모토현은 지난달 28일 지하수 보전을 위한 관련 회의를 열고 대량의 물을 사용하는 반도체공장에 공급할 목적으로 2027년 인근에 있는 댐의 물을 공업용수로 이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를위해 약 150억엔을 투자해 정수장과 배수지, 관로 등을 정비하고, 농업용 파이프라인 등을 통해 기쿠요마치에 있는 반도체 공장으로 급수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지자체 등의 이러한 계획에도 천연의 지하수 자원이 고갈되는 데 대한 우려와 이에 따른 벼농사의 감소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아사히신문은 “2004년 기쿠요마치의 벼농사 면적은 388헥타르였지만, 지난해 87헥타르로 급감해 최근 20년간 80% 가까이 줄었다”며 “지역내 오랜기간 이어져온 벼농사는 물론 생활용수 부족이 반도체 공장과 양립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