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단’ 포고문에 의료계 분노…의정갈등 더 깊어져
‘의료개혁’ 요구하는 보건의료단체도 “퇴진”
계엄사령부의 포고령에 담긴 의료인을 향한 ‘처단’이라는 표현에 의료계가 공분하고 있다. 의정 갈등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방법론은 다르지만 의료개혁 강화를 주장해온 보건의료노조 등도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다.
계엄사령부의 포고령에는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고 밝혔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와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4일 “사직 전공의들이 아직도 파업 중이라는 착각 속에, 복귀하지 않으면 처단하겠다는 망발을 내뱉으며 의료계를 반국가 세력으로 호도했다”고 규탄했다.
가톨릭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도 성명에서 “윤 대통령을 더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 즉각 그 자리에서 내려오라”며 “내란죄를 범한 것에 대한 합당한 죗값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최안나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전임 대변인)은 “대통령의 우격다짐에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가 전복을 꾀하는 내란 세력으로 간주해 처단하겠다는 이 나라가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이 맞다고 생각하느냐”고 비판했다. 의사협회장 보궐선거에 나선 후보 5명도 한목소리로 윤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즉각 퇴진을 요구했다.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와 서울의대 학생회는 이날 긴급 성명을 내고 “특정 직업군을 상대로 포고령 위반 시 처단할 것을 명시한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로 그 자체가 위헌적이며 폭압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포고령을 위협으로 규정하면서 “‘처단’이란 단어 선택은 법적·군사적으로 강력한 제재를 가해 청년들을 굴복시키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의 표현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정부의 상급병원 구조 전환과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등 개혁이 추진되면서 내심 복귀를 생각하고 있던 전공의들에게 복귀를 힘들게 하는 요인이 더 등장한 셈이다. 서울 한 대학병원 교수는 “최근 개별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전공의들이 늘었는데 이번 사태로 복귀 움직임은 당분간 어렵게 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그동안 방법론은 다르지만 의대증원 확대 및 의료개혁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고 밝혀온 보건의료노조의 한 관계자는 “여론조사를 보면 여전히 국민의 의료개혁에 대한 찬성이 높은 데 대통령의 잘못으로 개혁 동력이 떨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가 4일에 발표한 ‘올바른 의료개혁’에 대한 여론조사결과를 보면 △국민 70% 이상이 필수·지역·공공의료 살리기 위한 의료개혁법안 찬성 △의대증원 백지화하라“는 의사단체 주장에 찬성 의견은 31.3% △국민 62.5%는 2025년 의대 모집 중단 주장에 반대 △지역의사제 도입법(72.8%), 공공의대 설립법(75.9%) 찬성률이 높게 나왔다.
보건의료노조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36개 단체가 포함된 무상의료운동본부는 4일 ”비상 계엄 선포, 민주주의 전복 획책 윤석열은 퇴진하라“고 요구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