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법원, 거액 횡령 부동산 재벌에 사형 선고
횡령액 4분의 3 상환 요구
사형 피하려면 수십억 달러 갚아야
베트남 법원이 3일(현지시간) 대규모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부동산 재벌 쯔엉 미 란에 대한 사형 선고를 확정했다. 그녀가 사형을 면하기 위해 갚을 수 있다고 말한 수십억 달러의 횡령 자금을 반환하라는 재판부의 압력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날 BBC,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보도에 따르면 68세의 란씨는 베트남 은행 업계를 뒤흔든 거대한 사기에 연루된 혐의로 지난 4월 사형을 선고 받았다. 그녀는 자신이 통제하던 Saigon Joint Stock Commercial Bank(SCB)에서 120억 달러를 껍데기 회사로 빼돌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기소 내용에 따르면 란의 총 수입은 그녀가 체포된 해인 2022년 베트남 국내총생산의 3% 이상에 해당한다. 그녀의 사형 선고는 집권 공산당이 베트남 사회의 최고 계층의 부패를 단속하는 가운데 내려졌다.
란은 베트남 전역에 걸쳐 고급 부동산을 소유하고, 광범위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회사인 반틴팟 홀딩스 그룹의 창립 회장이었다. 그녀는 SCB에서 공식적인 직책을 맡지 않았지만 간접적으로 주식의 91% 이상을 소유하고 있으며 공모자들을 고위직에 배치해 자금을 빼돌릴 수 있었다고 국영 언론이 보도했다. 그녀는 또 관련 규제 기관에 뇌물도 제공했다.
사형 선고 외에도 란은 지난 4월 뇌물 수수와 대출 규정 위반으로 20년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항소 재판부는 란이 사기 수익의 일부를 갚으면 사형을 피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실제로 베트남 형법 제40조는 재산횡령범이 사형을 선고받고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경우를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재산횡령 또는 뇌물수수로 사형을 선고받은 사람으로서 형을 선고받은 후 횡령재산의 4분의 3 이상을 적극적으로 포기하고, 뇌물수수 범죄의 적발, 수사, 처리에 적극 협조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Lan 씨가 횡령 자산의 최소 3/4 이상을 적극적으로 포기하면 사형이 면제된다. 비록 법원이 사형을 선고하더라도 집행 단계에서 란씨가 자산의 4분의 3을 상환하기 위해 노력하는 점이 인정되면 사형에서 종신형까지 감형을 고려할 수도 있다. 아울러 이번 사건 연루자에 대한 감형 등을 통해 란씨의 태도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사건에 함께 연루된 남편 Chu Lap Co의 형량은 이번 항소심에서 징역 9년에서 7년으로 감형됐고, 조카인 Truong Hue Van 역시 징역 17년에서 13년으로 감형됐다. 란씨에 대해서만 사형이 유지됐다. 란씨는 해당 사건 피고인 86명 중 유일하게 사형을 선고받은 사람이며, 베트남 소송 역사상 경제범죄로 사형을 선고받은 몇 안 되는 여성 사업가 중 한 명이 됐다.
란씨는 지난 4월 1심 재판에서 란씨는 사형과 함께 SCB에 총 677조 VND(Vietnam Dong)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항소했다. 그러나 항소법원 역시 사형을 선고했다.
한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베트남은 2023년에 최소 122건의 사형을 집행했는데 대부분 마약 관련 범죄였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