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 받던 섬, 성장 이끄는 보물로 ‘대변신’

2024-12-06 13:00:06 게재

한해 관광객 200만명 정도 전남 섬 찾아

섬의 고장 여수·신안, 지역내총생산 증가

전남에는 우리나라 3348개 섬 중 가장 많은 2165개 섬과 전국에서 가장 긴 6873㎞ 해안선(45%)이 있다. 사진 남준기

‘2165와 6873.’ 둘은 전남 섬과 해안선을 상징하는 숫자다. 전남에는 우리나라 3348개 섬 중 가장 많은 2165개 섬과 전국에서 가장 긴 6873㎞ 해안선(45%)이 있다. 섬이 많고 해안선이 긴 만큼 볼거리 또한 풍성하다. 이런 가치를 일찍부터 재조명한 곳이 전남도다. 10년을 훌쩍 넘긴 전남도 노력으로 고립과 낙후를 상징했던 섬이 이젠 지역을 먹여 살린 보물로 대변신했다.

생일도 들어가는 배

◆보석 꿰어 낸 연륙·연도 = 전남도 섬 정책을 대표하는 게 연륙·연도교다. 2022년 발간한 전남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섬 주민들은 시급하게 해결할 과제로 교통(54.8%)을 꼽았다. 점(섬)과 점, 점과 면을 잇는 이 사업은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대역사다.

1996년부터 시작해 여수와 고흥을 연결하고, 완도와 강진, 목포와 신안 등을 한 몸으로 만들었다. 지난해까지 모두 5조2801억원을 들여 66개(55.6㎞) 다리를 완공하고, 13개(30.8㎞)가 공사 중이다. 오는 2030년까지 39개(75㎞)가 더 만들어진다.

과거 국토 남단 고흥반도와 여수반도는 여자만을 사이에 두고 가까우면서도 아주 먼 곳이었다. 여수에서 순천을 지나 고흥으로 가는 거리는 76㎞ 남짓하다. 구불구불한 도로를 차로 1시간 이상을 달려야만 도착했다. 하지만 여수와 고흥을 잇는 11개 다리가 모두 완공되면 접근성이 훨씬 좋아지고 환상적인 관광자원을 확보하게 된다. 이미 7개가 연결됐고, 나머지 4개는 오는 2027년 8월 완공될 예정이다.

천사의 섬(섬 1004개) 신안에선 일명 다이아몬드 제도를 연결하는 사업이 한창이다.

신안 자은-암태-안좌-팔금-장산-신의-하의-도초-비금도 등을 하나로 연결하면 다이아몬드 모양이라서 붙여진 이름이다. 아직 개통이 안 된 장산과 자라 연도교 사업이 추진되면서 조만간 완전체로 변신한다. 섬을 하늘로 연결하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우여곡절 끝에 국토 최서남단 흑산도에 소형공항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 사업은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가 ‘소형공항 건설’을 검토하면서 울릉공항과 함께 논의됐다. 울릉공항은 2020년 착공됐지만 흑산공항은 국립공원계획 변경 절차 때문에 늦어졌다. 오는 2027년 80인승 항공기가 운항하면 수많은 섬과 긴 해안선을 한 눈에 둘러보는 항공 관광이 가능해진다.

이처럼 섬과 육지가 연결되면서 땅값도 덩달아 뛰었다. 신안 도초가 고향인 최 모씨는 “땅을 찾는 사람들은 많은데 파는 주민이 없다”면서 “볼품없는 땅도 10만원을 넘어간다”고 귀띔했다.

여수 연도(소리섬) 마을 주민들

◆가고 싶은 섬 조성 = 전남도는 섬 관광 활성화를 위해 ‘가고 싶은 섬’ 조성사업도 추진했다. 이 사업은 섬의 독특한 특성을 살려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게 목표다. 올해까지 고흥 연홍도 등 24개 섬을 선정했다. 섬마다 5년간 40억~50억원을 투자한다. 이 돈으로 기본계획을 세우고 마을대학을 운영해 주민 역량을 키웠다. 이런 절차를 통해 섬의 고유한 특색을 최대한 살린 생태 관광지를 가꾸고 있다. 주민들은 마을공동체 법인을 설립해 식당과 숙박시설로 소득을 올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 가고 싶은 섬 지정으로 신안 반월·박지도는 퍼플섬으로, 강진 가우도는 레저 관광 섬으로 각각 변신했다. 고흥 연홍도는 섬에서 상상할 수 없는 미술섬으로 재탄생했다. 이곳은 고흥 거금도에서 배로 5분 거리에 있는 ‘ㄱ’자 모양의 작은 섬이다. 2006년 마을 출신 작가가 폐교를 활용해 작은 미술관을 열었다. 소박한 작품 150여점을 전시하고 고흥을 주제로 꾸준히 특별전을 열었다. 잔잔한 감동을 전하던 미술관은 2012년 태풍 볼라벤 탓에 안타깝게도 유실됐다. 그러다가 2015년 연홍도가 가고 싶은 섬으로 지정되면서 다시 개관했다. 주민들은 조개나 해양쓰레기를 수거해 화분과 전등 등을 만들어 전시했다. 또 빠른 조류와 깊은 수심에 안성맞춤인 바다 낚시터를 만들었다. 입소문이 나면서 이곳 주민(73명)보다 무려 270배나 많은 관광객 2만여 명이 찾고 있다. 이곳에 사는 한 주민은 “마을 주민들이 연로해서 식당 운영을 중단한 게 못내 아쉽다”고 말했다.

◆지역특색을 살린 섬 관광 = 접근성이 좋아지고 가고 싶은 섬이 조성되면서 섬 관광도 한층 다양해졌다. 2012년 세계박람회를 개최한 여수는 도시 전체가 볼거리다. 휴일이면 밀려드는 관광객으로 모든 숙박시설이 동이 난다. 제철 음식을 파는 식당 역시 관광버스가 빼곡하다. 여수는 오는 2026년 세계섬박람회를 개최해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변신할 예정이다. 섬박람회 예상 참가국은 30개 국가이며, 방문객은 300만명 이상이다. 여수에서 전시행사를 하는 임호상 대표는 “섬박람회 개최로 여수의 인지도가 크게 높아지면서 섬 관광이 훨씬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안은 천사의 섬으로 변신했다. 2019년 섬의 독특한 특색과 자원을 살려 ‘1도(島) 1뮤지엄’ 사업을 추진해 전국적인 관광지로 부상했다. 또 섬에 색깔을 입혔다. 신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자은도다. 이곳은 담장을 깨끗한 흰색으로, 지붕은 푸른 바다의 청정함을 담은 푸른색으로 채색했다. 자은도는 전국 섬 중 열두 번째로 크다. 동쪽으론 증도가, 동남쪽으론 암태도가 있다. 서남쪽으론 비금이 접해있다. 주변에 있는 도초 하의 장산 팔금 등을 한데 묶어 ‘다이아몬드 제도’라고 부른다. 1996년 암태도와 자은도를 잇는 은암대교가 개통되면서 관광객이 크게 늘었고, 최근에는 천사대교 개통으로 관광 명소가 됐다.

완도는 치유의 섬으로 유명하다. 완도는 정화작용을 하는 맥반석이 해저를 형성해 깨끗한 바닷물과 다양한 해양자원을 갖췄다. 또 대기가 좋고 산소 음이온이 대도시보다 50배나 많다. 이런 청정한 자연 환경과 다양한 해양자원을 시대적 해결 과제인 고령화와 접목해 해양치유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국내에서 처음 해양치유센터도 개관했다. 완도 신지면 명사십리 해수욕장에 자리 잡은 이곳은 수중 운동과 수압 마사지, 피부 마사지, 음악과 향기 등을 활용한 심리 치료를 체험할 수 있다. 센터 개관 이후 지금까지 4만7000여명이 다녀갔고, 완도군 설문조사 결과 90% 이상이 만족했다.

이처럼 특색 있는 관광 자원이 확충되면서 올해만 관광객 175만명이 전남 섬을 찾았다. 또 지역 살림살이를 파악하는 지역내총생산(GRDP) 증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전남도에 따르면 석유화학단지가 있는 여수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은 지난 2016년 8660만원에서 2021년 1억1360만원으로 늘었다. 신안군 역시 2016년 2219만원에서 2021년 3161만원으로 증가했다.

전남도는 앞으로도 2176개 섬과 한국 문화를 융합해 ‘세계인이 찾고 싶은 섬’을 만들 계획이다. 박영채 전남도 해양수산국장은 “현재 전남도는 해양관광자원 보고인 남해안을 지중해와 멕시코 칸쿤에 버금가는 세계 해양관광 거점으로 육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대한민국은 3000개가 넘는 섬을 가진 세계 10대 섬 보유국. 그 중 64%인 2165개가 전라남도에 있다. 전남을 ‘섬의 나라’라고 부르는 이유다. 최근 섬의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 소중한 해저 자원과 생태의 보고이면서, 우리 영해의 시작이 되는 섬은 안보 수호의 첨병이기도 하다. 하지만 전남도의 입장에서는 소중한 휴식과 힐링의 공간이라는 관광적 가치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지역 관광의 차별화된 콘텐츠이면서 지역경제의 든든한 뒷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남도와 함께 독특한 겨울 이야기를 가진 섬 세 곳과 섬 관광 이야기를 4회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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