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이유 잃은 ‘국회경비대’
조지호 “민생치안 인력으로 전환 적극 협의”
‘국회의장 지휘’ 경비대 신설 등 개정안 발의
국회와 국회의원을 지켜야 하는 국회경비대가 12.3 비상계엄 사태 때 국회의원 국회 복귀를 막고 계엄군 진입을 방조, 존재이유를 잃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회가 아닌 경찰의 지휘를 받는 구조가 위급한 순간에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국회경비대의 해체 또는 지휘체계 변화가 전망된다.
이광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에서 “계엄선포 후 국회와 국회의원들을 지켜야 할 국회경비대가 오히려 국회의원들 출입을 막고 (계엄령) 해제를 위한 의결을 방해했다”며 “이 조직이 존재가치가 있느냐”고 목현태 경비대장에게 따져물었다.
이어 “계엄군의 헬기착륙 지원과 병력지원에 (국회경비대가) 협조했다는 말이 있다”며 “왜 국회를 보호하기 위해 계엄군을 막지 않았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국회를 지켜야 할 국회경비대가 경찰 소속이다 보니까 정작 중요한 시점에 본연의 목적인 국회 수호를 방기하고 오히려 내란행위에 동조하게 된 것”이라며 “경비대를 해산하고 다시 국회를 중심으로 하는 경비대를 꾸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1951년 내무부 훈령으로 설치된 국회경비대는 국회 경호를 목적으로 하지만 서울경찰청에 소속돼 있다. 지난해 국회 경비를 담당하던 105의무경찰대를 해산한 뒤 국회기동대가 창설됐다. 120여명 규모로 국회 청사를 제외한 경내외를 담당한다. 청사 내부는 국회 소속 경위 62여명, 방호직 인력 142여명이 담당하고 있다.
국회경비대는 3일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담화 직후였던 밤 10시 35분쯤 국회 경내외에 배치돼 국회 출입을 통제했다. 목 대장은 당시 10시 46분과 11시 47분 두 차례 전면통제를 실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지호 청장은 “당초에 의경들을 직업경찰관으로 대체하면서 경찰을 국회에서 철수시키는 게 계획이었다”며 “정부종합청사 경비대도 다 철수했는데 몇 년 전에 의장님의 요청으로 경비대를 잔류시킨 걸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조 청장은 “국회경비대를 민생치안 인력으로 전환배치하는 것도 국회사무처와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김병기 민주당 의원은 국회의장이 지휘하는 국회 경비대를 설치하도록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5일 밝혔다.
경비대가 국회 내·외부 경호를 전담하며, 경찰 공무원의 파견 의존도를 대폭 줄이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김병기 의원은 “국회를 위협하는 모든 불법 시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법안”이라며 “입법부의 독립성과 국민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안”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김태선 의원은 계엄 선포 시 국회 경비를 담당하는 국회경비대가 국회의장의 지휘를 우선적으로 따르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같은 날 대표발의했다.
김태선 의원은 “내란과 다름없는 대통령의 친위쿠데타 시도를 국회가 헌법적 절차에 따라 막아냈지만 그 과정에서 이를 무력화하려는 불법적 시도가 있었다”며 “비상 상황에서도 입법부의 독립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현행 국회 경비체계 정비가 시급하다”고 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